[의학의 창] 웰다잉은 웰리빙, 웰에이징으로부터

조선일보
  •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입력 2016.01.18 03:00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처럼 여든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 하려면 철저한 건강관리·긍정적 생각 중요
    오늘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축복…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를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이애란씨가 부른 '백세 인생'이 선풍적인 인기다.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중략)/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후략)'. 노랫말처럼 불로장생(不老長生)은 인간의 오랜 꿈이자 욕망이다. 진시황이 2300년 전 불로초를 찾아 헤맨 것이나 현대인이 태반주사나 성장호르몬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노화방지법에 눈을 돌리는 모습에서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욕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142세까지 살 수도 있다는 기사로 표지를 장식하였다. 근력과 정력을 청년 시절같이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최근 장수과학과 노화연구에 획기적인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텔로미어(telomere) 연구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위치하면서 세포분열 시 염색체 소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므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을수록 세포가 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발표한 블랙번 박사팀은 2009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최근 노화연구의 핵심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텔로미어의 길이나 텔로머라제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노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실험 연구는 많은 진전을 보았으나 실제로 효과가 증명된 노화 방지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흡연이나 비만이 세포 내 산화작용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하고 화를 낼 때와 같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염증 세포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간의 연구결과에서 노화를 늦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총 열량 섭취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인체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까에 대한 욕심만 부렸지, 어떻게 하면 잘 늙어갈지(well-aging) 그리고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well-dying)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웰다잉법'은 큰 의미를 갖는다. 보라매 병원 신경외과 의사가 임종을 앞둔 환자를 집에 보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지 20년 만의 일이다. 웰다잉법의 통과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법적으로 보장해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주고 의료 비용의 절감이라는 부차적인 혜택도 얻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고 말한 쇼펜하우어가 가장 품위 있다고 묘사한 것은 '잠자는 듯한 죽음'이다.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든 소중하지만, 말년에 인공호흡기와 연명치료에 의존해서 삶을 연장하는 것이 일생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멋진 인생의 마무리로는 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태어난 순간 죽음은 시작된다'고 하였듯 우리는 이제 인생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80세가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들은 철저한 건강관리와 함께 매사 긍정 마인드를 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이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워런 버핏, 길병원재단을 설립하고 가천대학교를 이끄는 이길여 총장 등이 좋은 예다. 지금 여기에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자. 웰다잉을 위한 웰리빙과 웰에이징의 즐거운 마음으로 힘찬 하루, 활기찬 새해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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