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철 '경제 민주화' 유행에 성장·일자리 또 묻히나

조선일보
입력 2016.01.18 03:23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7일 당내 행사에서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우리 사회를 파탄 내고 있다"며 "경제 민주화가 답"이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뒤의 바람몰이다. 김 전 의원도 지난 15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민주화는 초보 단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도 경제 민주화 슬로건 하나를 가지고 선거를 치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원 대책도 없이 반값 등록금과 온갖 무상(無償) 복지를 내세워 표를 달라고 했고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마저 뒤따라갔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그대로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세금이 안 걷히고 세금이 줄면 복지에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지금 누리 예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 단적인 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소득 양극화도 악화되는 추세이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세대 간 일자리 쏠림 현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갑(甲)질과 기업주(主)의 부도덕성도 비난을 사고 있다. 경제 민주화가 경제적 강자의 횡포를 막고 약자를 도와 함께 성장·발전하자는 의미라면 어떤 정부나 정당이라도 추진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 민주화는 무상 복지와 같이 대중(大衆)을 유혹할 수 있는 정치 슬로건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부에선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구호로 활용하는 경향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다시 이런 경제 민주화 바람이 불면 반드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제 민주화 주장의 가장 큰 위험성은 사회 전체에 성장(成長)에 대한 반감을 퍼뜨릴 우려다. 실제 경제성장이 마치 특정 소수를 위한 것인 양 대중을 오도하고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다'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퍼지지 않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 자체는 일자리 창출, 소득 양극화 개선, 복지 확대 등 우리 사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전제일 수밖에 없다. 성장과 분배를 맞바꾼 나라의 참혹한 모습은 세계에 널려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소득 분배를 개선하며 복지를 합리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성장 없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요술은 어디에도 없다. 이 당연한 이치가 선거철 경제 민주화 유행에 묻히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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