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16)가 한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었던 일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둘러싸고 한·중·대만 3개국에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는 중국 내에선 대만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로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 승리한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는 "모두 쯔위가 사과하는 영상을 보셨을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 마음이 아프고 심지어 매우 화가 났다"며 "대만의 국민이 국기를 들고서 국가와의 일체감을 얻는 것은 탄압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으로부터 우리는 어디서든 국기를 마음껏 흔드는 것 또한 국민의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쯔위 사건'은 대만의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후보의 총통 당선 주요 원인 중 4위로 꼽혔다. 대만의 한 언론은 "'쯔위 사건'이 차이잉원 후보의 득표율을 1~2%포인트 상승시켰다"고 했다. 차이잉원 후보의 총통 당선을 축하하는 민진당 지지자들의 집회에 쯔위의 사진을 들고 참석한 사람들도 있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쯔위가 정치적 폭풍의 중심이 됐다"고 보도했다.
쯔위는 한국의 연예기획사로 가수 박진영이 대표를 맡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쯔위가 작년 11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었던 일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K-POP(한국대중음악) 팬들의 반발을 사왔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지는 과정에서 쯔위 사건이 핫 이슈로 떠올랐고 JYP 소속 다른 가수들의 중국 내 활동까지 지장받는 상황이 빚어졌다. 중국 기업 화웨이의 항의로 쯔위가 등장하는 휴대전화 광고가 유튜브에서 내려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쯔위는 지난 15일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난 내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사과하는 동영상을 발표하게 됐다. 앞서 가수 박진영은 사과문에서 "그녀는 13살이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한국에 왔는데,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해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후에도 쯔위에 대한 중국측의 '불편한 감정'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16일에는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차이잉원 당선자와 함께 쯔위에 대한 검색이 수시간 동안 차단되기도 했었다. 검색 차단은 현재는 풀린 상태다.
이렇게 되자 쯔위의 모국(母國)인 대만측도 맞대응에 나섰다. 국제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의 대만 그룹은 16일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실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는 17일 오후 5시 현재 접속 불능 상태다. 대만 가수 황리청(黃立成)은 'Fxxk JYP'라는 욕설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대만 영자지 타이페이타임스는 대만의 온라인 패션잡지사 '저스키(JUSKY)'는 쯔위의 전속 계약권을 최대 1억 대만달러(약 36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저스키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쯔위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또 다른 선택권을 주기로 결정했다"면서 JYP엔터테인먼트 측과 적극적으로 인수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만 네티즌들은 쯔위를 응원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대만의 한 네티즌은 쯔위가 눈물을 흘리며 “중국은 하나”라고 말하며 상체를 숙여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동안 한 남성이 쯔위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그림을 올렸다. 쯔위의 사과가 극도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쯔위가 사과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에 대해 ‘좋아요’는 2만여개이지만, ‘싫어요’는 32만여개를 넘었다. 이 동영상에는 “16세의 어린 여성을 카메라 앞에서 사과하게 하는 것은 잘못했다. 인민폐(중국의 화폐)에 (허리를 굽혀) 절하지 말아라” 등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