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한국의 대통령 격) 마잉주는 지난 4일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 (총통의 권한인) 조각(組閣)권을 입법원(한국의 국회 격) 다수당에 넘기겠다"고 했다. 국민당 대선 후보인 주리룬도 7일 "4개월의 정권 공백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다수당이 조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리룬이 말한 '정권 공백기'는 16일 선거 이후 5월 20일 총통 취임까지 4개월을 뜻한다. 입법원 의원의 임기는 2월 1일부터 바로 시작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대로 민진당이 대선·총선을 석권할 경우 마잉주가 이끄는 정부는 여소야대(與小野大)에다 레임덕까지 겹쳐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콩 빈과일보는 "국민당이 입법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를 못 할 기미가 보이자 강수로 국민당 지지자들을 집결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민진당 주석 차이잉원은 강하게 반발하며 "헌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 인선을 2월 1일까지 발표해 새로운 내각을 출범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 예민한 사안들을 국민당 집권하에 처리함으로써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양당은 서비스 무역 협정, 양안 협의 감독 조례, 미국 돼지고기 수입 등에서 암묵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국민은 이 사안들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대만 헌법에서 조각은 총통의 고유 권한이라 민진당이 대선과 총선을 다 석권한다고 해도 조각 인선이 일찍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고 중국 봉황망은 보도했다.
국민당 내부에서도 대선은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고 인정하고 입법원 선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내 광고판 입법원 후보 광고에서도 민진당 입법원 후보들은 차이잉원과 같이 찍은 사진을 주로 내보내는 반면, 국민당 후보들은 독사진을 주로 쓰고 있었다.
대만 4대 일간지 중 하나인 연합보는 지난 12일 "민진당의 초강세에 충격받은 국민당 골수팬들이 불면증과 불안증세로 정신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당 경선본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대표 류수친은 "하도 민진당이 잘한다는 얘기만 나오는 통에 요즘엔 텔레비전 보는 것이 힘들어 경선본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