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상에 지쳤다"… 러시아서 분신자살한 北노동자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6.01.13 03:00

    ['외화벌이' 5만명 현실 어떻길래…]
    하루 16시간 노동, 휴일 거의 없어… 봉급도 충성자금·상납으로 떼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가 새해 첫날 아침에 분신자살한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블라디보스토크뉴스와 프리마미디어 등이 말한 바로는 지난 1일 이른 아침 블라디보스토크 체르냐콥스키 거리의 아파트 앞마당에서 이 지역에 거주하며 인근 주택 공사장에서 일하던 40대 북한 남성이 온몸이 불길에 심하게 그을린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꼼짝 않고 엎드려 있는 남성 몸에 소화 물질을 분사하지만 미동도 않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하고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전날 밤 "고된 일상에 지쳤다. 내가 죽는 것과 관련돼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한글 유서를 미리 썼으며, 몸에 인화성 물질을 끼얹고 불을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외화 벌이를 위해 현재 17국에 5만여 노동자를 보냈다. 이 중 가장 많은 2만명이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 그중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건설 노동자 20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들은 구소련권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보다 질서 정연하고 범죄율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보위부의 감시를 받으며 하루 12~16시간씩 일하고 쉬는 날도 월 1~2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봉급 대부분을 충성 자금(북한 정권으로 보내는 돈)과 중간 관리자 상납금 등으로 떼이고 기껏 10~20%만 손에 쥐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외화 벌이 현장은 외부와 접촉을 차단당한 채 인권탄압 수준의 노동을 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인권 문제로 인식해 국제사회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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