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업 카카오가 디지털 음원(音源) 서비스 '멜론'으로 유명한 로엔엔터테인먼트를 국내 인터넷 기업 인수 사상 최대 금액인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로 대주주인 홍콩 사모 펀드 '어피니티'가 1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홍콩 펀드는 2013년 7월 SK플래닛에서 로엔 지분 52.5%를 2659억원에 사들여 5배가 넘는 가격에 팔았다.
'멜론'은 원래 SK텔레콤이 개발한 서비스다. 하지만 2011년 SK그룹이 사업을 재편하면서 지주회사인 SK홀딩스의 증손자(曾孫子) 회사가 '멜론' 서비스를 보유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은 재벌 그룹이 증손자 회사를 가지려면 손자 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그걸 지키지 못하면 2년 안에 증손자 회사 지분을 팔도록 규정하고 있다. SK는 고민 끝에 2년 시한에 쫓기며 회사를 매각했다. 사실 SK텔레콤 등 거대한 계열사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디지털 음원 분야의 시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후 '멜론'은 완전히 달라졌다. '어피니티'가 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음원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펼쳤다. 2013년 25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30% 넘게 불어났다. 이를 통해 2800만명의 가입자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이라는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히면서 기업 가치를 키웠다. 유망 기업의 잠재 가치를 알아보고 2년 6개월 동안 투자를 계속한 것이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유망 벤처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재벌들은 기업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도 부족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회사를 키우는 전략도 빈약하다. 신사업은 대형 제조업 계열사에 밀려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성장성이 있어도 인재 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자율 경영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SK는 이제 와서 '멜론' 서비스를 팔도록 강제했던 정부 규제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유망 벤처를 내쳤던 그룹 내부의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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