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밥을 먹는 현상을 가리키는 혼밥 문화는 현재 초창기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구내식당에서 간편하게 먹던 것에서 벗어나 고깃집, 패밀리 레스토랑으로까지 뻗어나가는 추세다. 혼자 밥을 먹어도 '끼니 때우는' 개념이 아닌 '제대로 갖춰 식사를 하자'는 점과 '혼자 밥 먹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럽고 숨길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혼밥 문화'를 발빠르게 포착해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와 서비스, 그리고 식당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 식당에서 직장인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혼밥'의 수준을 단계별로 정리해놓은 '혼밥 레벨' 표도 존재한다. '혼밥 레벨'에 따르면 레벨1은 주위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의 식사를 가리키고, 레벨2와 레벨3은 푸드코트와 분식집에서 식사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레벨이 높을수록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장소와 메뉴가 점점 프랜차이즈 식당, 일식집, 패밀리 레스토랑 등으로 많아진다. 높은단계인 레벨8은 고깃집을,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인 레벨9는 술집을 혼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혼밥의 가장 낮은 레벨의 편의점 식사는 고급스럽게, 식사 단계 중 가장 높은 레벨의 고깃집 식사는 부끄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메뉴와 장소를 알아봤다.

혼밥레벨1.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혼밥레벨'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는 편의점 메뉴에서도 고급화 다양화 바람이 불고 있다. 혼밥족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인 편의점 도시락은 '편도족(族)'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구성과 가격 면에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간 저렴하고 질낮은 식사라는 인식을 줬던 편의점 도시락은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한끼 식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중량과 반찬 가지 수를 늘리고, 고급쌀을 사용하며 각 업체들끼리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편의점 도시락 세가지를 비교해봤다.

김혜자 도시락
'김혜자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의 인식을 바꾸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한 제품이다. GS25에서 내놓은 PB상품으로 탤런트 김혜자 씨의 '따뜻한 엄마' 이미지를 가져와 도시락 마케팅을 했다. 혼자 밥을 먹을 때 가장 먹기 어려운 나물 반찬이 넉넉하게 들어있다. 제품 모델 이미지에 걸맞게 제품의 구성과 가격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이 도시락을 시작으로 '혜자스럽다' '혜자음식' '마더혜레사' 등의 신조어들이 '맛도 좋고 양도 만족스럽다'라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퍼졌다. 편의점 도시락의 수준을 상향평준화시킨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혜리 도시락 
후발주자인 '혜리도시락'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PB상품이다. 진짜사나이와 응답하라 1988 등에서 씩씩하게 잘 먹는 모습을 보여준 걸그룹 멤버 혜리를 모델로 썼다. 9찬, 11찬 도시락 등 도시락 메뉴에 반찬 수를 붙이면서 편의점 도시락 반찬 가짓 수 경쟁에 불을 지폈다. 또한 편의점 도시락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흑미밥'을 넣어 재료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앞으로도 전복이나 장어 등의 고급재료를 쓰고 중량을 늘려 현재 3000원 선으로 책정되어 있는 가격보다 두배 비싼 도시락을 내놓을 전망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고급화에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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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도시락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를 내세운 편의점 CU의 백종원 도시락은 백종원 씨 특유의 요리비법과도 닮은 도시락 제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전체적으로 고기와 소시지 양이 많고 양념이 강한 반찬들로 이뤄져 있다. 주로 고기나 햄 위주의 식사를 즐기는 일명 '초딩 입맛'인 사람들이나 고 칼로리 식사를 필요로 하는 성장기 남학생들을 노린 메뉴 구성이 특징이다. 다소 저급할 것 같은 식단 구성이지만 그 양과 질은 다른 곳과 비교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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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혼밥레벨8.  혼자 1인분만 시켜도 괜찮아요 1인 고깃집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캡처. 독신남인 주인공은 고깃집에서 혼자 1인 식사를 당당하게 주문한다.

혼밥레벨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은 고깃집이다. 혼밥족들 사이에서도 고깃집에서 1인 식사를 했다고 하면 진정한 고수로 인정받는다. 대부분 일반 고깃집들은 고기를 1인분만 팔지 않으며 주로 단체 손님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혼자 식사하기에 눈치가 많이 보인다. 아예 대놓고 혼자 온 손님은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내 돈 내고 고기 사먹으러 가면서 주인과 주변 눈치를 봐야하니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도전할 수 없다. 이런 혼밥족들을 위해 최근에는 1인 전용 고깃집도 속속히 생겨나는 추세다. 단체로 왁자지껄하게 먹는 고깃집이 아니라 혼자 조용하게 원하는 만큼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다. 혼자 먹으러와도 그 누구도 흘깃 쳐다보지 않으면서 맛좋은 고기를 즐길 수 있다.

홍대 소고기 1인 개인화로구이 - 뱃장
홍대에 새로 생긴 고깃집이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4인석도 있지만,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바 테이블 형으로도 된 자리가 있다. 고기를 주문하면 미니화로와 1인분 씩의 반찬을 제공해준다.  일반 고깃집과 달리 식사류가 없고 고기는 50g씩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깔끔하고 조용히 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등심(150g) 34000원, 채끝등심은 32000원 치마살 29000원

논현 숯불화로구이 이자카야 - 오마에
바 테이블이 있는 이자카야식 고깃집이다. 개인화로와 냄새 방지를 위한 후드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 작년 케이블 채널 '올리브 TV'에서 싱글족을 위한 식당으로 소개 되면서 이미 혼밥족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고깃집이다. 특히 원하는 고기 부위를 회전초밥처럼 골라서 1인 화로에 구워먹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자카야 답게 고기 외의 다른 안주류도 많다. 꽃등심 (120g) 26000원,  우설 19000원

부산 남천동 우미가
부산에서도 진작에 싱글을 위한 고깃집이 생겼다. 부산 광안리 근처 '우미가'는 일본식 일인용 고깃집이다. 싱글들을 위한 다른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바 형태로 된 좌석이 있고, 반찬이나 메뉴 구성은 등심과 차돌박이가 전부일정도로 단촐하다. 다만 숯불화로가 아닌 개인 전기 팬에 한우를 구워먹어야 한다. 돌돌 말려서 구워먹는 점이 처음엔 이상할 수 있으나 겉은 바삭하고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니다.  투뿔 한우 말이 등심(120g) 23000원 한우투뿔 차돌박이(120g)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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