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10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고 출범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발기문에서 진영 대립과 분열을 조장해 온 기존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삶을 정치의 중심에 세우겠다고 했다.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를 넘어 이념적으로 유연한 '합리적 개혁' 노선을 내걸었다.

국민의당이 고질적인 대결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 정책 구현을 위한 대화와 합의의 정치를 표방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제대로 담아내려면 기성 정치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 인물을 선보여야 한다. 안 의원은 그간 '새 정치'를 앞세워 왔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다. 정책 현안들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았다. 이날 창당 발기문 역시 '민생정치'라는 깃발만 내걸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그럴듯한 구호 몇 마디로 정치가 바뀌진 않는다. '합리적 개혁'의 청사진을 밝히고, 경제·사회·안보 현안들에 대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당을 이끄는 주축 세력은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 주변에 있던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상징할 만한 새로운 인물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1978명의 창당 발기인에도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참신한 인사는 없었다. 출발부터 새 인물 영입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은 부패 연루자와 막말 인사는 배제하겠다고 했다. 8일엔 고위직 출신 인사 3명을 영입하려다 비리 연루 논란으로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높은 도덕적 잣대를 유지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얼마나 영입할지 두고 볼 일이다.

국민의당이 지지층을 확장하려면 안 의원의 대선 출마를 위한 사당(私黨)이라는 이미지부터 털어내야 한다. 벌써부터 안 의원 측근 세력과 탈당한 현역 의원 간에 알력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이 안 의원의 전유물처럼 운영되면 인재 영입은 고사하고 당의 생명력은 질식하고 말 것이다. 안 의원이 한발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어떤 인물이 서느냐가 신당 성패(成敗)의 일차 관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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