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이 수천억원대 국고(國庫) 손실을 불러왔다며 재판에 넘긴 강영원(65·사진)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부(재판장 김동아)는 캐나다 자원 개발 업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국고 수천억을 낭비한 혐의(배임)로 구속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강 전 사장 잘못이라고 한 부분은 기초 사실부터 인정되지 않는다"며 "투자 판단 과정에서 빚어진 과오(過誤)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강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 개발 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날(NARL)을 인수하며 시장 가격인 주당(株當) 7.31캐나다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캐나다달러를 지급해 석유공사에 5500억여원 손실을 끼쳤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비싸게 샀다는 사실만으로 부족하고, 인수 기업의 자산 가치가 인수 가격보다 훨씬 낮아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하베스트 등은 인수 당시에 이익을 내고 있었고, 손실이 난 것은 유가(油價) 하락 등 외부 요인 탓이지 기업 자체의 부실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인수 기업 선정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메릴린치가 뉴욕 증시에 공시(公示)된 하베스트의 사업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투자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 이를 부실 보고서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은 강 전 사장이 기관장 평가를 잘 받으려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강 전 사장은 임기가 많이 남았고,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수사는 지난해 3월 이완구 전 총리의 "부패 척결" 담화 직후 시작됐다. 하지만 '포스코 수사' 등과 함께 이명박 정권 인사들이 주로 수사 표적이 되면서 '전(前) 정권 손보기'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이 자살한 일을 계기로 '부패를 척결하겠다'던 이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일도 있었다.
수사 와중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자원 개발 투자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검찰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결국 7개월 가까이 진행된 수사는 강 전 사장과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중 강 전 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