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리비아와 이란이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이슬람 종파(宗派) 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7일(현지 시각) 예멘의 자국 대사관이 사우디 공군으로부터 폭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호세인 자베르 안사리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사우디 공군이 6일 밤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군용 전투기로 수차례 폭격했다"고 밝혔다. 안사리 대변인은 "대사관 건물 일부가 붕괴됐고 대사관 직원도 부상을 입었다"며 "외교사절 보호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한 고의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사우디 측은 폭격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란 대사관을 표적으로 한 고의적인 공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흐메드 아시리 사우디군 대변인은 이날 "전투기 공습은 예멘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겨냥한 것"이라며 "이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3월 예멘 내전이 본격화하면서 예멘은 사우디가 이끄는 수니파와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간 전쟁터가 됐다. 예멘이 통일 25년 만에 내전으로 재분단 위기에 빠지자 사우디 등 이슬람 수니파 연합군은 예멘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예멘의 수니파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아파 후티 반군과 이를 지원하는 시아파 국가 맹주 이란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서방국들은 시아파 반군이 장악한 사나에서 외교 공관을 대부분 철수했지만,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은 대사관 문을 닫지 않았다.
외신들은 최근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해 '수니 대 시아파' 분쟁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2일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알님르에 대한 사형 집행을 강행했고,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불태우자 이란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이란 국영 TV는 7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각료 회의에서 사우디로부터 모든 수입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연간 1억3000만달러 정도를 사우디로 수출하고 약 6000만달러를 사우디로부터 수입해왔다. 또 이란은 자국인들의 사우디 메카 성지 순례를 금지한 조치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이란과 교역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