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核보다 더 위험한 '예측불가 김정은'

조선일보
입력 2016.01.07 03:00

신년사에 핵 언급 않다가 중국에 사전 통보도 없이 4차 핵실험 전격 강행…
연이은 막무가내식 행보… 북핵정책, 새로 판 짜야

김정은 북한 정권의 6일 4차 핵(核)실험은 과거 1~3차 때와 달리 중국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 개발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아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을 자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던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허를 찌른 셈이다.

김정은은 36년 만에 개최하는 노동당 대회(5월)를 앞두고 있다.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외 환경을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때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초대형 도발 카드를 꺼낸 김정은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국제사회는 난감해하고 있다. '수소폭탄'은 지난달 모란봉악단이 갑작스럽게 베이징(北京) 공연을 취소했을 때 직접적 원인이 됐던 중국의 '역린(逆鱗)'이다. 당시 "수소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언론에 보도된 것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실험 서명하는 김정은… 긴박하게 움직인 韓·日 - 북한이 6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제4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핵실험에 이어 오후 12시 30분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실험 명령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왼쪽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 30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일명 지하 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전 11시 40분 한국보다 빨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다. 그는 “일본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을 비난했다.
핵실험 서명하는 김정은… 긴박하게 움직인 韓·日 - 북한이 6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제4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핵실험에 이어 오후 12시 30분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실험 명령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왼쪽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 30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일명 지하 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전 11시 40분 한국보다 빨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다. 그는 “일본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을 비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AFP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시점의 핵실험은 정말 충격적"이라 "신년사 등 김정은의 앞선 행보를 모조리 재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솔직히 김정은의 머릿속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움직임에서는 어느 정도 '전략적 일관성'이 감지됐지만, 김정은에게서는 '예측 불가능성'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를 무시하고 '핵개발의 길'을 달려가는 이상 동북아의 안보 지형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플루토늄·우라늄탄을 넘어 훨씬 위력이 큰 수소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실험 성공 여부를 떠나 근본적인 협상의 틀을 바꾸고 각국이 북핵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번 핵실험은)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도 지금처럼 북핵 문제에서 서로 등만 떠밀던 소극적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수소폭탄은 공식 핵보유국(미·영·프·중·러) 외에는 넘보지 못하던 영역이다. 정부 소식통은 "결국 북한에 대한 직접적 '지렛대'가 있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강력하고 전면적인 '경제 제재'에 나서야 하고, 미국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천명했듯 '최고의 시급성(utmost urgency)'을 갖고 이를 추동해야 한다"고 했다.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협상으로 핵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실패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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