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악단 철수, 김양건 돌연 사망… 그리고 '핵실험 버튼'

입력 2016.01.07 03:00 | 수정 2016.01.07 08:55

[北 4차 핵실험] 예측불가 김정은, 핵실험 왜?

모란봉 중국서 철수 사흘후 명령… '中 눈치 볼 거 없다'며 결심한 듯
北군부, 대남총책 김양건 암살 후 핵실험 주도했을 가능성 높아

- 외교街 "김정은 생일 자축 축포"
핵 성명서에 '美' 8번 등장시켜… 1년 남은 오바마에 '관심 끌기'

김정은, 핵실험 자필 서명 - 북한은 6일 조선중앙TV를 통해 핵실험 사실을 밝힌 뒤 이와 관련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자필 명령서를 공개했다. ‘당 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 2016년 1월 6일 단행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김정은, 핵실험 자필 서명 - 북한은 6일 조선중앙TV를 통해 핵실험 사실을 밝힌 뒤 이와 관련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자필 명령서를 공개했다. ‘당 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 2016년 1월 6일 단행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조선중앙TV
북한은 6일 4차 핵실험 두 시간 후 '특별 중대 방송'을 통해 이번 핵실험이 지난달 15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명령에 따른 것이며, 김정은은 지난 3일 최종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핵실험 명령을 내렸다는 지난달 15일은 김정은의 '친위 악단'이라는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을 4시간 앞두고 돌연 귀국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또 김정은이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기 닷새 전에는 대남 사업 총책인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핵실험이 모란봉악단 철수 사태, 김양건의 사망과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북한 관련 주요 사건과 이날 북한 발표를 토대로 되짚어보면 이번 핵실험은 '남북 차관급 당국 회담 결렬 및 모란봉악단 철수(12월 12일)→김정은의 4차 핵실험 명령(〃 15일)→김양건 대남 비서 사망(〃 29일)→김정은의 '핵' 언급 없는 신년사 발표(1월 1일)→김정은의 핵실험 최종 명령서 서명(〃 3일)'의 순서를 밟았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0일 김정은이 평천 혁명사적지 현지 지도에서 "오늘 우리 조국은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침 이날은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을 위해 베이징에 입성한 날이었다. 이틀 뒤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자 현지에선 "중국이 김정은의 수소탄 발언과 핵실험을 연상시키는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모란봉악단 철수를 둘러싼 북·중 간 대립이 김정은의 4차 핵실험 결심을 굳히는 데 방아쇠 역할을 했다"며 "김정은으로선 '이제 더 이상 중국 눈치 볼 것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北·中 국경인 지린성 학교 운동장 갈라져 -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6일 북·중 국경 지역인 지린(吉林)성 옌지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균열이 새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폭발 영향으로 땅이 갈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北·中 국경인 지린성 학교 운동장 갈라져 -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6일 북·중 국경 지역인 지린(吉林)성 옌지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균열이 새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폭발 영향으로 땅이 갈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 차관급 당국 회담 결렬에 뒤이은 김양건의 사망에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 소식통은 "회담이 결렬되자 대남 협상 총책인 김양건의 입지가 약해지며 강경 군부가 들고 일어나 핵실험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대남 사업 주도권을 놓고 김양건의 통일전선부와 경쟁해온 강경 군부는 작년 8·25 합의 이후 통전부 주도로 대남 사업이 진행된 데에 불만이 컸다"며 "김양건 사망은 교통사고로 위장한 군부의 암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김양건의 사망과 이번 핵실험으로 지난 4개월 이상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떠받쳐온 8·25 합의는 사실상 폐기 절차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송대성 건국대 교수)도 나온다.

북한은 핵실험 두 시간 뒤 발표한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이번 '수소탄 시험'이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 탓임을 강조하는 등 '미국'이란 단어를 7차례 썼다. '미제'까지 포함하면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이 모두 8번 등장한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핵실험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김정은의 노골적인 구애 메시지"라며 "하지만 임기를 1년밖에 남겨두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핵개발 이유를 미국의 '위협' 탓으로 돌려 국제사회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해 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이날 핵실험이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이틀 앞두고 이뤄진 것을 두고 "김정은이 생일을 자축하는 축포를 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북한은 지금까지 김정은의 생일을 한 번도 공식적으로 기념한 적이 없다"며 "김정은 집권 5년 차인 올해를 기점으로 김정은 생일도 김일성 생일(4·15), 김정일 생일(2·16)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로 띄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이 제7차 당 대회를 띄우기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용"(제성호 중앙대 교수)이란 분석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내세울 가장 큰 성과가 핵"이라며 "경제 부문은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당 대회를 앞두고 우호적 대외 관계를 만드는 게 상식인데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외교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밖에서는 잃는 게 많지만 안에서는 권력 공고화와 내부 결집이란 이득을 챙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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