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종파분쟁 격화… IS격퇴 국제연대 깨질 판

    입력 : 2016.01.06 03:00 | 수정 : 2016.01.06 07:41

    시아파 이란과 싸우는 사우디, 같은 수니파인 IS 암묵 지원說
    미국 뜻과 달리 행동할 가능성
    IS 영향력 큰 시리아·예멘 內戰… 종파 대리전 되면서 더욱 꼬여

    지난해 말 이라크의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정부군이 탈환한 전략 요충지 라마디를 방문, "2016년은 IS를 끝장내는 해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주일 후인 5일(현지 시각), 미 CNN은 "IS를 격퇴하겠다는 (미국의) 노력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연초 발생한 사우디와 이란 간 첨예한 갈등이 시리아 내전과 IS 격퇴전에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양국 격돌의 최대 수혜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IS"라며 "양국이 갈등할수록 IS는 뿌리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이란 분쟁이 IS 격퇴전을 어렵게 만든 것은 실타래처럼 얽힌 종파적·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우선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는 시아파 알아사드 정권을 먼저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IS 격퇴가 우선이라는 전략 아래 군사작전을 펼쳤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올해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국제 문제 초점은 반(反)IS 캠페인"이라고 했다.

    시리아 내 사우디, 이란 세력 대결도
    미국의 'IS 먼저' 전략은 이란의 이해와 맞아떨어졌다. IS는 종교적으로 수니파 극단주의다. 탄생 때부터 시아파 척결을 내걸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IS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시리아 전장(戰場)에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중에서 미 공군기가 폭격하고, 땅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 등이 IS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7월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은 사우디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사우디는 "미국 등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당했다. 사우디는 이란과 가까워지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반발해왔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가 앞으로 미국 뜻과 달리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선 사우디가 시아파 이란을 견제하려고 같은 수니파인 IS를 암묵적으로 지원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 종식과 IS 격퇴를 위해선 사우디 역할이 절대적이다. IS와 싸우는 시리아 반군(수니파)이 사우디 지원을 받고 있고, 앞으로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 회의 때 사우디 입김이 크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세력이 참여하는 국제 회의는 오는 25일 제네바에서 열린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차관은 5일 CNN 인터뷰에서 "협상 테이블에 사우디와 이란을 함께 앉히는 게 무척 어려웠는데, 이제는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러시아 태도도 변수다. 사우디와 갈등이 심해지면 이란은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시아·이란은 알아사드 정권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커 시리아 내전 해법이 더욱 꼬일 수 있다. 시리아 전선이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형성되면 IS 활동 영역은 그만큼 커진다.

    예멘 내전의 전망도 어둡다. 예멘에서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정부군을 지원하고, 이란은 시아파 후티 반군을 밀고 있다. 양측이 작년 말 들어갔던 휴전은 최근 깨졌다. 알 즈웨이리 카타르대 교수는 "이란이 사우디 힘을 고갈시키려고 예멘 내전을 오래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사우디·이란에 평화적 해결을 압박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양국 외무장관을 잇따라 접촉하고 사태를 냉정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 타결, IS 세력 축소 등 골치 아팠던 중동 지역에서 최근 성과를 얻고 있는데, 양국 갈등으로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당장 국제사회 설득이 먹혀들 가능성은 작을 전망이다. 로버트 조던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많은 폭력과 사망, 시리아 난민 탈출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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