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특혜 줬는데… 웃돈에 분양권 판 공무원

    입력 : 2016.01.06 03:00 | 수정 : 2016.01.06 07:16

    조기정착 위해 우선 공급 받은 9900명 중 1700명
    2000만~5000만원 차익… 전매기간 1년으로 짧아

    세종시 정부 청사에 근무하는 30대 사무관 A씨는 2013년 초 세종시에 짓는 B아파트(전용 59㎡)에 특별공급을 신청해 당첨됐다. 그는 당초 세종시에 거주할 생각이었지만 결혼한 이후 서울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은 프리미엄(웃돈) 1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는 "남편을 서울에 두고 세종시에 혼자 떨어져 사는 게 꺼림칙했다"며 "(분양권 전매가) 불법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거래 현황
    A씨처럼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았던 공무원 9900여명 중 20% 가까운 1700여명이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파트 완공 이전에 분양권을 전매(轉賣)해 최고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겼다. 공무원 특별공급이란 공무원들이 세종시 아파트 중 일정 물량(2013년까지 최대 70%)을 일반인과 경쟁하지 않고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공무원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투기 수단이 된 것이다.

    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은 공무원 9900여명 중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고 입주한 공무원은 총 6198명이었다. 당첨된 공무원 3700여명이 입주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중에서 임대주택 당첨자(631명), 아직 공사 중이거나 건설이 중단돼 계약 해지한 당첨자(314명) 등 2000여 가구를 뺀 1700여명은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중심도시복합청 관계자는 "특별공급을 받은 아파트가 완공됐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아직 입주하지 않았다면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강동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장했던 분양권 전매 공무원 수(352명)보다 5배쯤 많은 것이다.

    정부 부처별 세종시 이주 공무원의 주택 확보 현황.
    공무원들의 분양권 전매는 2013년 말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세종시의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시세 차익이 수천만원에 달하다 보니 몸조심하던 공무원들도 나중에는 분양권을 팔아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며 "차익을 남긴 사람들이 같은 부서의 다른 공무원을 소개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아파트 분양을 맡았던 한 마케팅 회사 관계자도 "2012년에 분양했던 아파트 분양권이 인기가 좋았다"면서 "당시 분양권 전매로 1000만~2000만원씩 시세 차익을 본 공무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 분양권에 붙은 프리미엄은 주택 면적에 따라 2000만~5000만원쯤 된다.

    분양권 전매는 부처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한국정책방송원은 특별공급 당첨자의 36%가 입주 이전에 분양권을 팔았다. 심지어 투기를 감시해야 할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공무원 당첨자도 각각 7.5%, 4.2%가 분양권 장사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는 분양 가격이 저렴하거나 특정 계층에게 특혜를 주는 경우 계약 후 일정 기간 분양권 전매를 제한해 투기를 막는다. 예를 들어 분양 가격이 시세보다 최대 50% 쌌던 보금자리주택은 최장 5년간 분양권을 팔지 못한다. 하지만 세종시는 전매 기간이 1년으로 짧았고, 공무원들은 이 허점을 노렸다. 국토부는 공무원 분양권 전매 문제가 불거진 2014년 3월이 돼서야 전매 제한 기간을 3년으로 늘렸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시세 차익을 노린 공무원의 분양권 전매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특별공급을 하면서 투기 방지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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