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나가는 벤처 강제 폐업시킨 국회의 '立法 해고' 횡포

조선일보
입력 2016.01.06 03:21

서울대 재학생들이 창업해 1년 만에 거래액 30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3위에 올라선 온라인 중고차 경매 업체가 5일 문을 닫았다. 작년 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발효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자동차 경매 업체도 2200㎡ 이상의 주차장과 200㎡ 이상의 경매 시설을 갖추도록 규제하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에 갑자기 수십억원이 필요한 오프라인 시설을 갖추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여서 폐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느닷없는 규제에 급성장하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직원 15명도 일자리를 잃었다. 앞서 국회는 5년 시한부 면세점법을 만들어 2000명이 넘는 직원들 일자리를 빼앗는 '입법 해고(立法 解雇)' 횡포를 저질렀다.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를 주도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강서구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밀집한 곳이다. 지역구 민원을 챙기려고 벤처기업의 싹을 잘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업체는 이미 소비자 보호를 위한 거래 중재 시스템까지 갖춰 주차장, 경매 공간은 필요 없다고 반박한다.

벤처기업 발목 잡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허용된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 영업도 불법으로 규정해 금지시켰다. 우버 서비스가 상용화된 뉴욕에선 실제 일자리가 1만3000개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있다. 모바일을 이용한 신사업이 기존 사업자 몫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고용 시장을 새로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 신년 인사회에서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가 벤처기업들 싹을 자르면서 10년 뒤를 걱정하는 것은 위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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