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오서점은 최근 서울 미래유산 등록 취소를 요청했다.


서울 최고(最古) 책방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누하동 '대오서점'은 최근 서울시에 '서울 미래유산' 등록 취소를 요청했다. 1951년 문을 연 대오서점은 오래된 헌책방이라는 가치를 보존하자는 취지로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서점 주인은 5일 "미래유산에 등록되더라도 별다른 지원이 없는데 주변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는 곳'이라는 오해를 받아 등록 취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형제이발'도 서울 미래유산 목록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형제이발은 사업자 등록 기준 서울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이발소로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시가 2013년 시작한 '서울 미래유산' 사업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미래유산에 선정돼도 별다른 혜택과 지원이 없는 데다가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허울뿐인 사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등록된 서울 미래유산은 총 378개로 지난달 24일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단골 칼국숫집도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서울시는 올해 '미래유산 보존 및 활용사업'으로 2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사업은 서울의 근·현대 유산 중 미래 세대에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 자산을 미래유산으로 선정·발표하는 것이다.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면 인증서를 발급해주고, 소유자가 동의하면 동판 형태의 표지를 제공한다. 실질적인 혜택 없이 혜택이 인증서와 동판 표식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서화(書畵)재료 전문점 '구하산방'은 2014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구하산방 관계자는 "미래유산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며 "입구에 부착할 수 있는 동판 표식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선정된 지 1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서울 미래유산 사업은 캠페인성 사업으로 인증서를 발급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를 해주는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유산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그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가치를 평가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50여명의 전문가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구성해 1년에 한 번씩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후보군을 심사해 미래유산을 선정한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등록된 미래유산 중 대부분이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로 선정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미래유산이 훼손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미래유산은 대부분이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소유주에게 보전에 대한 '협조 요청'만 하는 실정이다. 소유자는 언제든지 서울 미래유산 등록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는 "어떤 자산이 보존해야 할 가치를 가지고 있고 미래유산으로 적합한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자산을 보존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