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의료기 사용 마찰에 '웰다잉法' 통과못해 더 갈등

입력 2016.01.05 03:00

'의사·한의사 통합 논의' 석달만에 전면 중단
9월 협의체 구성, 작년말 판 깨져

醫協 "한의協이 국회에 연명치료 중단권 요구했다"
한의協 "法 통과 협조하겠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추진했던 '의료 일원화'(의사·한의사 교육과정 및 면허제도 통합)가 지난해 말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의사 현대 의료 기기 사용 허가 여부' 등 양 단체의 해묵은 마찰 때문이다.

게다가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 국회 법사위 통과가 예상과 달리 해를 넘겨 지연되면서 양의·한의 간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한의계는 "한의사들이 연명 의료 중단 결정권을 뒤늦게 요구해 웰다잉법이 지연됐다"는 비난에 휩싸이자 "법사위가 한의계 의견에 공감해 통과를 보류한 것이며 오는 8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도록 협조하겠다"고 4일 밝혔다. 양측은 모두 "의료 일원화와 웰다잉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존 주장에서 크게 양보하지 않고 있다.

자동화 의료 기기가 쟁점

의료 일원화 논의의 시작은 '한의사도 안압 측정기, 청력 검사기 등 자동화 의료 기기 5종을 쓸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2013년 12월)이다. 이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의협·한의협은 지난해 9월 '국민 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 현안 협의체'를 구성해 다섯 차례 공식 회의를 가졌다. 의협이 '의료 일원화'를 먼저 제안했고, 이에 줄곧 반대했던 한의협이 전격 동의해 구성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030년 의료 일원화, 의료 통합 완수 ▲교차 진료 단계적 확대 ▲의사·한의사 일정한 교육과정 이수 등을 내용으로 한 조정안을 냈다. 복지부는 '의대·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통합 면허를 가진 의사가 나오려면 최소 10년 걸리는 장기 계획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한의협은 '의료 기기 사용 문제 우선 논의'를, 의협은 교차 진료 행위 조항을 삭제한 채 '기존 면허자는 현 제도 유지'를 내세우면서 이견을 보였다.

의협·한의협은 결국 '자동화 의료 기기 허용 범위'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의협 측은 "자동화 기기라고 해도 검사 과정상 투약·마취, 응급 상황 대응, 분석 등은 면허를 가진 의사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의료 일원화에 대한 의협 내 반발이 커지자 추무진 의협회장은 지난달 23일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한의협 측은 "논의 중단은 내분에 휘말린 의협 책임"이라며 "의협이 의견을 정리하면 국민이 참여한 상태에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일원화는 소비자들이 이원화(의사·한의사)한 의료 인력 선택에 혼란을 겪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의료 쇼핑'으로 의료 자원을 낭비하고 국민 의료비가 오르는 등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의협은 1974년 이후 의료 일원화를 요구해왔으나 한의협은 이전까지 '흡수 통합 반대' 논리로 일관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현대 의학에 전통 의학을 합친 '통합 의료'로 나가는 추세다. 일본은 1887년 한방 면허를 사실상 없앴고, 의대에 설치된 동양의학 임상 실습 등을 거친 의사는 동양의학 전문의 자격증을 받는다.

웰다잉법으로 골 더 깊어져

웰다잉법은 오는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의협 측은 "이번엔 통과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연명 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담당 의사에 한의사를 추가해 달라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 체계의 혼선을 막기 위한 것이며, 법 체계가 완비되면 웰다잉법 시행 전까지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웰다잉법이 한의계 로비로 지연된 것이 유감스럽다"며 "한의계는 말기 환자와 관련한 중대 결정을 내릴 만한 시설과 경험을 갖췄는지 환자와 그 가족 관점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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