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우리 '만 나이'로 삽시다

조선일보
  • 정의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김도원 화백
    입력 2016.01.04 03:00

    정의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정의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얼마 전 날이 갑자기 추워지며 심장병이 악화된 환자가 내원했다. 수술이 필요했다. 환자와 그의 아들을 함께 만났다. "팔십 넘은 노인이 수술은 무슨…." 환자와 보호자 모두 수술을 두려워했다. "아직 70대이신걸요." 나는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팔순 잔치도 이미 치렀는데 70대라니.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 흔히 겪는 일이다.

    병원에서는 공식적으로 만(滿) 나이를 쓴다. 이 때문에 평소 세는 나이를 사용하던 환자들은 혼란을 겪는다. 환갑을 목전에 둔 할머니가 '50대 아주머니'로 변하고,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7세 어린이는 '다섯 살 아기'로 불린다. "어머니. 회춘하신 거네요." 내 설명을 듣고 난 노모의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팔순 할머니는 '79세의 여자 환자'가 되어서 입원했고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세는 나이'와 '만 나이'를 비교한 작년 연말 기사가 화제였다. 두 방식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만 나이'는 개인적인 나이다. 시작점도 개인의 출생일이다. 개인이 살아온 시간을 햇수로 표시한 것이 '만 나이'이다. 반면 태어나면 한 살이 되는 '세는 나이'는 집단의 나이다. 같은 해에 태어나면 모두 같은 또래 집단이 된다. 어느 달에 태어났든, 또래 집단의 구성원들은 평생 함께 나이를 먹는다. 예외는 없다. 집단의 경계가 명확하니 다른 연령 집단과의 서열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실제 개인이 살아온 시간과 '세는 나이'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틈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가 있어도 우리는 '세는 나이'를 주로 쓴다. 개별적 존재인 '나'보다 집단 속의 '나'를 중요시하는 사회 풍토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사일언] 우리 '만 나이'로 삽시다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면 두 가지가 달라진다. 먼저 '만 나이'를 쓴다. 두 번째로는 병을 고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만 나이'를 쓰자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스스로를 아끼면 좋겠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요즘은 다들 지치고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금년에는 집단 속의 내 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진짜 나 자신을 돌보는 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1월 '일사일언'은 정의석 교수를 비롯해 팀 알퍼 칼럼니스트, 배순탁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이유석 요리연구가, 장병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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