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골대가 바뀌는 새해 해외 경제

    입력 : 2016.01.04 03:00

    2016년은 금융위기 후반전…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위기보다 국제무역 침체 리스크가 더 커
    가계부채·과잉 공급 업종은 미시적으로 수술해야 완화… 금리로 누르면 불황 위험 높아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공으로 하는 운동 경기는 대부분 후반전에 골대가 바뀐다. 전·후반의 차이를 모르고 열심히 반대쪽으로 공을 차면 자살골 내기 십상이다. 뉴노멀 또는 신창타이(新常態)와 비슷한 현상인데 '가보지 않은 길'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상황은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골대가 바뀌고 있다는 징조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다른 나라의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전례 없는 탈(脫) 동조 현상, 국제무역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기이한 무역 침체, 30년 만에 처음 겪는 미국 경기 회복기의 유가 폭락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 혁명과 셰일 혁명 같은 기술 발전과 중국의 경제 개혁 등 구조적 변화에 대부분 기인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라는 예측된 국내 문제도 대응이 힘든데, 국제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국제무역 침체가 향후 지속되면 지난 반세기 동안 무역으로 먹고살아 온 한국에 치명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또는 '다른 나라보다는 수출이 덜 줄었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한국을 둘러싼 이런 해외 경제 환경의 변화는 19세기 말 동북아 정치 상황의 변화에 비견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골대가 바뀌는 상황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 시장의 일선에 있는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정책을 매일 다루는 당국자들은 경제가 예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가 일시적 경기적 현상인지 새로운 구조적 환경인지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확신이 없으면 대응은 더 힘들고 그래서 예전 경험 중심으로 대처하기 쉽다. 확신이 있고 대응책이 있더라도 사회나 기업의 다른 주요 구성원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제때에 대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기존 매뉴얼을 고수하기에는 해외 환경의 변화가 너무 크다.

    그래서 2016년은 금융위기의 후반전이라는 자세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예를 보자. 외환위기와 국제 금융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에 달러 부족 사태를 염려하는 것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지금의 해외 환경을 보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위기 리스크보다, 국제무역 침체와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실물 위기 리스크가 훨씬 더 커 보인다. 금융위기 전반전에선 금융이 실물을 해쳤다면, 후반전에는 실물이 금융을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내부 환경을 봐도 해외 금융 리스크는 확연히 줄었다. 국가신용등급이 최고로 올랐고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다. 투자와 생산이 줄면서 수입이 감소해 무역 흑자가 늘고 있으니, 퇴직금으로 현금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경우 외환 부족 방지책은 외환시장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겠지만 실물경제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달러 퍼내기를 해야 할 때 달러 퍼담기를 하는 셈이고, 이로써 원화가 달러 강세에 연동돼 유로, 엔, 위안화 등 여타 주요국 통화보다 강세가 된다. 무역 침체로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데 원화까지 강세가 되면 제조업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넓은 시야에서 보면, 금융위기 후반전에는 미시(微視) 건전성에 주력하여 구조개혁을 하되 거시(巨視) 부양책으로 보조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 중심인 중국, 일본, 대만, 독일 등의 통화완화 추세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금융 안정은 정부의 일차적 책임이니 한국은행은 물가 목표 달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환부인 가계부채와 과잉 공급 업종은 미시적으로 수술해야지, 금리나 LTV 등 거시적으로 억누르면 경기 불황의 위험이 너무 크다. 정교한 구조조정을 하되 전반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통화·재정·환율 등 거시적 확장정책으로 보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재정정책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한국의 신용평가가 역대 최상이 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지금의 국제 경제 환경을 볼 때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실물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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