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예산' 편성 놓고 몸싸움, 난장판 된 경기도의회

    입력 : 2016.01.01 18:42 | 수정 : 2016.01.01 21:14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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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가 격돌한 것이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 강행 처리에 나서자 새누리당이 이를 막으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원 4명이 다쳐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반복되던 몸싸움이 국내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의회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여야 대치(對峙)와 격돌로 경기도(약 20조)와 경기도교육청(약 13조)의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인 1일 0시를 넘겼다. 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 사상 처음으로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서 임시로 예산을 집행하는 준(準)예산 사태를 맞게 됐다.

    광역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모두 더불어민주당인 서울·광주·전남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상태다. 경기도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관심을 끈 것은 남경필 도지사가 새누리당 출신이고, 더민주가 경기도의회의 다수당인 데다, 남 지사가 취임 후 야당과 사실상 연정(聯政)을 펴 왔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는 정치 논리를 앞세워 충돌했고 결국 밤샘 농성과 몸싸움이라는 구태까지 선보였다. 경기도의 연정 실험도 위기를 맞은 셈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동 모두가 공평하게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며 아동 1인당 월 22만~29만원(사립 기준)을 지원하는 ‘무상 보육 제도’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수년째 정부와 지방 교육청, 여야가 각각 입장이 갈려서 충돌을 거듭해 왔다.

    ◇꼴불견 의사당 몸싸움

    경기도의회의 야당 소속 의원들은 도(道)교육청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 4929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당초 도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 5459억원은 그대로 살린 채 유치원 예산만 반영한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 예산까지 삭감한 것이다. 이 예산안 통과를 놓고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며칠째 대치해 왔다. 경기도의회는 재적 128석에 더민주 75석, 새누리당 53석이다. 야당은 30일 예결위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안(案)을 기습 통과시켰고, 31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강행 통과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의장석을 점거한 채 밤샘 농성을 벌여왔다. 더민주는 이날 오후 11시 40분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의장석 옆 사무처 직원 책상 위에 올라가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밀치며 멱살잡이를 하고, 고함과 욕설이 오갔다. 일부는 책상 아래로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결국 여야 간 충돌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1일 0시를 넘기면서 마무리됐고,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최초로 준(準)예산을 편성하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정략에 휘둘려 경기도 연정 실험도 위기

    남경필 지사는 지난 27일 도의회 여야 대표를 만나 “보육 대란은 막아야 하며 당초 도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예산을 활용해 유치원·어린이집 예산을 6개월씩 편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민주 측은 “국가의 책임을 (지자체로)떠넘기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며 남 지사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남 지사는 기왕에 도교육청이 편성했던 유치원 예산만이라도 살리자고 제안했고, 이어 유치원 예산을 6개월 또는 2개월치라도 반영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진보 성향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처신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교육감은 처음 도의회에 제출한 예산에선 유치원 지원 예산은 그대로 살리자고 했다가 도의회에서 여야가 충돌하자 전액 삭감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남 지사는 “보육 대란을 막기 위해 도의회와 합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며 “이유가 어찌됐든 도민 여러분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준예산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 교육감은 “모든 책임은 일방적으로 누리과정 비용을 떠넘기고 편법을 강요한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있다”며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로서 공교육과 누리과정을 살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예산 사태로 어린이집은 안 되고 유치원만 예산 지원

    현재 경기도의 누리과정 지원 대상인 3~5세 아동은 3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19만4000여명이 2188개의 유치원에 다니고 있고, 15만6000여명이 4448곳의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전년도 예산안에 따라 운영되는 준예산 사태로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 혜택을 받고 어린이집은 제외되는 기형적 상황을 맞았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행정 업무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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