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맞는 김정은… 위기지만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16.01.01 03:26 | 수정 2016.01.01 03:52

    [2016 신년특집] 브레진스키 지수로 살펴보니

    - 전문가 '안정' 對 '위기' 시각차
    "정치·경제적으로 안정적 상태" "공포정치에 따른 착시 현상"

    - 北 경제에 대한 평가도 달라
    "장마당 활성화로 주민 삶 개선" "계획경제 효율성 끝 모를 추락"

    - 인권문제, 가장 취약한 外交고리
    미국이 작심하고 꺼낸 카드… 北 정권에 치명상 입힐 수도

    2016년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7세 나이로 권좌에 오른 지 5년 차가 되는 해다. 김정일의 급사(急死)로 예정보다 앞당겨진 등판이었기에 집권 직후만 해도 김정은에겐 "애송이" "얼마 못 갈 것"이란 말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북한은 외견상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북한 도발에 단호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며 "섣부른 낙관론에도 비관론에도 빠지지 말고 북한을 냉철하게 꿰뚫어봐야 할 시기"라고 했다.

    北, '안정 속 불안정' 상태

    본지는 현 북한 상황과 관련, 김정은 집권 5년 차인 2016년이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분수령"(한국국방연구원 이호령 연구위원)이란 점에 착안해 국내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브레진스키 위기지수'를 산출해봤다. 조사 결과 북한의 브레진스키 위기지수는 평균 10.1점(만점 30점)으로 집계〈그래픽〉됐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27년 전 브레진스키의 평가(8점·위기 없음)보다 약 2점이 상승했다. '위기'(10~19점)가 없진 않지만 '심각한 위기'(20점 이상)로 볼 단계는 아니란 해석이 가능하다.

    2016년 북한의 브레진스키 위기지수 정리 표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평가항목별로는 '공개적인 정치 다원화 요구'(0.1점), '정치적 반대의 활성화'(0.4점) 등이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최소한 북한이 겉보기엔 정치적 안정 상태라는 얘기다. 반면 '경제적 사유화의 증대'(2.1점)와 '사회주의의 대중적 호소력 상실'(1.7점)은 높은 점수가 나왔다.

    해석은 엇갈렸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정치적 안정은 물론, 경제적 안정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외견상 안정돼 보이는 것은 김정은이 통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공포정치 때문"이라며 "실제로는 안정 속의 불안정 상태"라고 했다.

    북한 경제, 나아진 듯하지만…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판이했다. '생활수준의 저하' 항목의 표준편차가 1.1점(평균도 1.1점)으로 10개 항목 중 가장 높게 조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장마당 활성화에 따른 사(私)경제의 확산으로 주민들의 삶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평양 중심의 전시성 행정으로 인구의 90%가 거주하는 지방으로의 낙수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적지 않았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장마당 활성화로 나아진 듯한 모양새를 보이지만 성장하면서 붕괴하는 양상"이라며 "계획경제의 효용성이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했다.

    치명타 될지 모를 인권 문제

    경제 문제 외에 김정은 정권의 주요 체제 위협 요소로 꼽힌 것은 '인권 문제에 대한 수세적 대처'였다. 차두현 경기도 외교정책 특별자문관은 "북한 인권 문제의 국제화는 북한의 고립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지도자(김정은)의 대외적 정통성을 심각히 제약한다"며 "현재 북한이 지닌 최대 약점"이라고 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정은 정권이 가장 체제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소가 인권 문제"라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핵 문제가 전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2012년 북한과의 '2·29 합의'로 뒤통수를 맞은 미국이 작심하고 꺼낸 카드가 북한 인권 문제"라고 했다. 김정은 정권이 인권 문제에 계속 눈을 감을 경우 이 문제가 언젠가는 정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대북 정책 어떻게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효과적인 대북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섣부른 비관주의는 김정은 체제를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초기 5년간의 권력 안정은 향후 10년간의 중장기 권력 구축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도 "좋든 싫든 권력 기반이 공고해진 김정은을 한동안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명현 연구위원은 "위기지수만 보면 북한 정권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라며 "아직은 김정은 정권과 장기적 공존을 모색할 때가 아니라 도발을 억지하고 국제사회와 어떻게 대북 압박을 유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진스키 위기지수</STRONG>

    미국 카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국제정치학계 석학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소련 등 동구권의 붕괴를 예측한 저서 ‘대실패’(1989)에서 도입했다. 실패 국가에 대한 진단·예측과 관련된 분야에선 선구적 연구로 평가된다. 평가 항목 10개에 0~3점씩 매긴 뒤 합산해 위기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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