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본받을 부자 많아져야 청년이 희망 품는다

    입력 : 2015.12.31 03:00

    문갑식 선임기자
    문갑식 선임기자
    본지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2015년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추리니 금수저-흙수저가 1위, 헬조선이 2위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가 심해 사는 게 지옥 같다는 뜻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합친 '수저'는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라는 '수저 계급론'까지 등장시켰다.

    SNS에 떠도는 수저별 기준표는 이렇다.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이상, 연 수입 2억원 이상 가구다. 은수저는 자산 10억원 이상, 연 수입 8000만원 이상 가구다. 동수저는 자산 5억원 이상, 연 수입 5500만원 이상 가구다. 세 계층을 합해보니 전체의 12.5%였다.

    그 아래를 놋수저-플라스틱수저-흙수저로 갈라놓은 기준표도 있다. 놋수저-플라스틱수저는 자산 1억원과 5000만원 이상, 흙수저는 자산 5000만원 이하, 연 수입 2000만원 이하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흙수저 빙고게임'에서 극에 달한다.

    제 처지에 맞는 가로세로 4개씩의 글을 누가 빨리 연결하느냐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것인데 예문은 이렇다. '집의 장판이 뜨거나 뜯긴 곳 있음' '집의 TV가 브라운관'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을 안 받음' '화장실에 물 받는 대야가 있음' 같은 내용이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one's mouth)'는 영어 관용구가 있다. 서양 역시 불평등 문제로 고민했음을 엿볼 수 있는 증거다.

    질풍노도여야 할 이 시대 젊은이들이 우울해진 이유는 이미 분석이 끝났다. 우리만 놓고 보자면 첫째, 1960~80년대 고도성장기가 지금 저성장기로 대체됐다. 도처에 널렸던 일자리를 이젠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둘째, 그러다 보니 용이 개천에서 사라졌다. 고시(高試), 명문대 입학처럼 '한 방'으로 인생을 수직 상승시켰던 사례는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셋째, 전에는 노력만 하면 뭔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본력이 좌우한다. 이러니 가난의 대물림이 '뫼비우스의 띠' 같은 질곡(桎梏)이 됐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책 '21세기 자본'에 이런 통계가 나온다. '부모로부터의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80년대 27%에서 2000년대에는 42%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꺾이기는커녕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급한 대로라도 당장 우리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줄이고 성공에 대한 야망을 배양할 묘수는 없을까. 갑자기 나라 전체를 신바람 나게 만들 정치 지도자나 일자리를 확 늘릴 기업가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건 기약 없는 바람일 뿐이다. 방법 가운데 하나는 '존경스러운 부자(富者)' '본받고 싶은 부자'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좌절한 청춘에게 "돈을 버는 게 저렇게 힘들구나" 하는 자각을 심어주고, "땀 흘려 번 돈 혼자 쓰지 않고 세상을 위해 베푸는구나" 하는 존경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존경스러운 부자들의 모범을 보이는 것은 외과수술 같은 극적인 효과는 못 내더라도 젊은이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도전 의지를 배양하는 보약(補藥)이 될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반전이 일어나는 순간, 금수저-흙수저니 헬조선이니 하는 말들은 기억 저편으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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