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인정 못한다" "만족 못해도 따라야죠"… 엇갈린 할머니들

입력 2015.12.29 03:00

[12·28 '위안부 타결']

- 위안부 할머니 등 각계 반응
정대협 "한국 외교행태 굴욕적… '되'를 받기위해 '말'로 준 격"
與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 양국 새로운 미래 계기 기대"
野 "日 법적 책임 회피에 유감… 최종·불가역적 해결 동의못해"

위안부 피해자들은 28일 한·일의 위안부 합의안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과 "만족은 못 하지만 정부 뜻은 따르겠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평가하면서도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이끌어내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88) 할머니는 이날 "정부에서 기왕에 나서서 애쓴 것을 생각하니 정부에서 하신 대로 따라가겠다"면서도 "돈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만족은 못 한다"고 했다. 이용수(88) 할머니는 "일본이 이렇게 위안부를 만든 데 대한 책임으로 공식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하라고 할머니들이 외쳐온 것"이라며 "(합의 내용을) 전부 무시하겠다"고 했다. 이옥선(89) 할머니는 "총리가 직접 찾아와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맨 오른쪽) 할머니가 2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회담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맨 오른쪽) 할머니가 2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회담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아베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한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협상에서) '되'를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는 굴욕적"이라고 했다. 정대협은 "비록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가 범죄 주체라는 사실과 군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예산을 출연하는 재단에 대해서도 "(일본이) 책임 인정과 배상 등 후속 조치 사업에 대한 의무를 피해국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대협은 이 역시 거부했다. 이들은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위해 노력하고,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자제키로 한 데 대해 "충격적"이라며 "이번 합의를 두고 정부가 '최종 해결' 확인을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했다.

여야와 각계의 반응도 엇갈렸다. 국회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한·일 외교장관의 위안부 관련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이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든 아픔을 다 씻어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아베 총리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하고, 일본이 예산을 부담하는 한·일 공동 위안부 재단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며 "특히 합의문에 '군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줬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오늘 합의 내용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외면한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합의인가. 매우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피해 할머니들은 국내·국제법을 위반한 중대한 인권 침해라는 사실과 책임 인정, 공식적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지만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며 "(합의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국한됐고, 법적 책임은 모양새만 갖추며 실질적으로는 회피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또 법적 책임을 토대로 한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이 필요한데 이번 합의는 그 세 가지가 다 회피된 것"이라며 "그래서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정부 발표에 동의하기 어렵다. 또 소녀상 철거 여지까지 남긴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한국여행업협회(회장 양무승)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를 계기로 침체돼 있는 일본인들의 한국 관광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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