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읽기

이젠 집 꾸미는 시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중의 '주(住)'도 이제는 개성 시대다.
단순한 안식처의 개념에서 진화되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집,
개성을 드러내는 집으로써의 집 꾸미기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대다.

    •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오현영

이젠 집 꾸미는 시대

  •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오현영
입력 2015.12.29 08:00 | 수정 2015.12.30 10:33

'집 꾸미기'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시대


페이스북에 이어 인기를 끌고 있는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는 자신의 생활 공간을 꾸며 사진 찍어 올리는 '방스타그램'(방+인스타그램), '집스타그램'(집+인스타그램)이 인기다. 자신을 나타내는 SNS의 공간에 내가 꾸민 공간, 인테리어를 공유하면서 공감을 얻는 것이다.

인기 SNS '인스타그램'에서 '인테리어', '방스타그램' 해쉬테그를 검색하면 이용자들이 올린 수많은 관련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내 취향대로 꾸민다"…
셀프 인테리어 인기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집 내부 인테리어 직접 시공에 나서는 DIY(Do It Yourself)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홈 인테리어’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올 9월 기준), 전체 응답자의 87.8%가 집안 인테리어를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해결하는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5.2%는 셀프 인테리어를 또 다른 여가 생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셀프 인테리어가 괜한 고생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9.9%에 그쳤다.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최근 집이 가지는 의미가 단순한 주거공간에서 취미·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화되고, 집안 활동이 늘어나는 경향과 맞물려 있다. 전체의 75.2%가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가볍게 술 한 잔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는 응답은 77.1%,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응답은 89.5%에 달했다. 집안에서의 즐길 거리 다양화는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쿡방'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집방' 이다

TV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음식, 요리, 맛집 등의 소재가 대유행이었던 이른바 '쿡방'(cook+방)에 이어 집 꾸미기는 새로운 방송 트렌드로도 자리잡았다. 바로 '집방'(집+방송)이다. 집 꾸미기가 일반인들의 취미처럼 자리잡고, 인테리어 또한 전문 분야로서의 경계가 무뎌지면서 이를 반영한 방송가 프로그램의 새 추세다.
'집방' 예능 프로그램 /방송 캡쳐

'요섹남'에 이어 '인테리어남'이 대세

이제 대세는 '인테리어남'이다. 전통적으로 남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집 꾸미기'에 남자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

혼자 사는 미혼남 증가, 셋집 인테리어 열풍

'인테리어남'들은 집 단장을 내 집 마련 시점까지 미루지 않는다. 자취방이나 전셋집도 적극적으로 꾸민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셀프 인테리어'는 공구를 다루는 데 익숙한 남자에게 유리한 분야다.

'셋집 인테리어 열풍'은 내 집 소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나온 현상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셋집을 꾸미지 않았던 건 '곧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셋집이 '영구적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곳'이 되어버렸다"면서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꾸미기를 유예하면 평생 집을 못 꾸밀 수도 있다는 우려가 '셋집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풍조를 낳았다"고 말했다.

한때 붐을 이뤘던 목공에 이어 인테리어가 남성들의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는 추세다. 가구를 조립한다거나 벽을 페인트칠하는 '공작'에 남자들이 열광한다.

원시 시대부터 '수렵하는 존재'였던 남성이 '그루밍족(몸단장 하는 남자)'에서 '요리남'으로, 이어 '인테리어남'으로 변화해 가는 현상은 저성장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으로도 읽힌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사회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면, 사람들은 통제 가능하고 단시간에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영역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테리어남'의 등장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집 꾸미기 관련 사업의 대성장

12월 18일 세계 1위 가구 업체인 스웨덴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에 한국 첫 매장을 낸 지 1주년을 맞았다. 이케아 광명점은 1년간 소비자 670만명이 찾았고 총 308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 진출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가구와 생활용품, 침구 같은 '집을 편안하게 꾸미는' 산업이 성장했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국내 선두 업체들도 이케아 진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커졌다.

'이케아'에 이어 브랜드 가구,
생활용품 시장도 급성장

국내 가구 업계도 이케아 상륙을 맞아 '대형 직매장'을 강화하며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 1위인 한샘은 지난 8월 대구광역시에 면적 9256㎡(2800평)의 단층 매장을 냈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11일 경기도 분당에 3636㎡(1100평)짜리 매장을 내고 생활용품 브랜드 '리바트홈'을 출시했다.

한샘은 2020년까지 대형 매장을 20개, 현대리바트는 12개로 늘릴 예정이다. 한샘 강승수 사장은 "이케아의 경쟁력인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공장을 자동화하며 비용을 낮춰 판매 가격을 평균 30%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2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현대리바트와 에넥스·퍼시스 등 2~4위 업체들도 모두 매출이 15% 이상 증가했다. ▶ 관련기사

[사설] 아무리 불황이라도 新사업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이케아
"이케아 한국 진출 1년은 기대 이상... 2020년까지 매장 5곳 더 열 계획"
"이케아 효과"… 브랜드 가구. 매출·이익 동반 성장, 생활용품 시장도 커져
이케아 잘나가자... 글로벌 건자재 업체들, 한국 공략
가구 업체 한샘이 8월 5일 대구광역시 범어동에 개장한 가구 판매장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샘 제공(왼쪽), 침대와 생활소품을 강화한 까사미아 '광주상무점' 매장 모습. /까사미아 제공
 

'삶의 질' 중요시하는 사회로의 성장


자신의 만족을 위해 거주 공간을 개성에 맞게 꾸미려는 수요가 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업체들이 동반 성장했다.

편안하게 쉬고 싶은 현대인 취향 저격

가구·생활용품과 더불어 이불·베개·매트리스 같은 침구류 산업도 성장세다. 알레르기 방지 등 기능성 침구를 생산하는 웰크론의 침구 브랜드 '세사리빙'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웰크론 이영규 회장은 "올해 선보인 유아동 침구 브랜드 '세사키즈'가 인기를 끈 데 이어 조만간 노인 전용 침구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베개·매트리스 업체인 템퍼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30개국 가운데 한국 법인이 성장률 1위를 기록했고, 올해도 매출이 31% 급증했다.

한국에서 생활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현상은 과거 스웨덴과 일본 같은 선진국이 거쳐온 길과 비슷하다. 1인당 연간 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면 자신의 공간인 집안 꾸미기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 또 1~2인 가구는 자주 이사를 가기 때문에 고가품보다는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을 선호하는 측면이 강하다.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47%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삶의 질을 돌아보고 양질의 휴식을 통해 정신 건강을 챙기는 이들이 늘어난다"며 "늘 긴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의 피로를 풀어주는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에 '집에서 힐링' 인기… 홈 관련 상품에 지갑 연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내집 갖긴 어려워서 '내것 같은 집' 꾸며요 변희원 기자
다양한 공간이 다양한 사람을 만든다 취재= 여성조선 김가영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