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 데까지 간 트럼프… 美는 어떤 선택할까

입력 2015.12.24 03:00 | 수정 2015.12.24 11:03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의 '더러운 입'이 갈 데까지 갔다. 공공장소에서 선거유세를 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 "X됐다(got schlonged)"고 했다. '슐롱(schlong)'은 남성 성기를 일컫는 이디시어(중앙·동유럽권 유대인들이 쓰는 언어)다. 트럼프는 힐러리가 2008년 민주당 후보 경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신랄하게 표현하기 위해 이런 속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이런 해명이 말도 안 된다고 썼다. WP는 하버드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의 저속함과 여성 혐오증을 감안할 때 이번 발언도 매우 의도적"이라며 "그가 힐러리와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용례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UPI 통신과 일부 언론은 '트럼프가 이제는 허리띠 아래 이야기까지 끄집어냈다"고 어처구니없어했다. 여성 코미디언을 '돼지'라고 하고, TV 토론 때 자신에게 공격적 질문 공세를 폈던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메건 켈리에 대해 '월경' 때문에 그랬다는 식으로 비하하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거친 공세는 힐러리가 지난 TV 토론 때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 발언을 IS가 동영상으로 내보내며 대원 모집에 활용한다"고 공격한 데 대한 분풀이로 보인다. TV 토론 이후 트럼프가 힐러리에게 "당신, 거짓말했으니 내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힐러리가 사과하지 않자 이런 식으로 대꾸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실 검증 사이트인 '폴리티 팩트'는 올해의 '거짓말 대왕'으로 트럼프를 선정했다. 트럼프가 이런 거짓말 논란과 심한 막말에도 공화당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라는 점을 코미디라 보는 미국인들이 많다. 미국 정치에서 '말'은 신용이고, 신뢰다. 하원의장으로 유력했던 케빈 매카시가 '벵가지 청문회'의 본질이 힐러리 공격용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가 스스로 자리를 포기한 게 대표적이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정치 선진국으로 부르는 것은 집단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 있는 인물을 '기분'으로 뽑은 적이 없다. 트럼프 열풍을 상당수 미국인이 여전히 거품으로 보는 이유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자랑스러울 것'이란 응답자가 23%에 그쳤다. 2016년 대선에서 미국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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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트럼프 잇단 '막말'…지지율 '고공행진' TV조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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