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은 21일, 내년 2월 초 신당(新黨) 창당 계획을 밝히면서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는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이 교섭단체(현역의원 20명 이상) 구성 등 독자 정치세력화에 성공하면, 내년 4·13 총선은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안철수 신당 등 '3자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산해야 될 사람들하고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자신이 떠난 새정치연합을 '청산해야 될 사람들' '부패한 정당' 등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혁신을 거부한 세력과의 통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부분적 후보 단일화도 없다"며 "신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안 의원은 회견에서 '정권 교체'란 말을 열 차례 썼다. 한 측근은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세력은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자신과 새로운 세력이라는 점을 확실히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 2월 창당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견장에는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의원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황주홍·문병호 의원, 안 의원, 김동철·유성엽 의원.

[안철수 신당 창당, "목표는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

안 의원은 내년 2월 설(2월 8일) 이전을 신당 창당 시점으로 잡고, 1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열고 이번 주부터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이 이끄는 창당실무준비단을 가동한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은 신당 참여 인사 영입에 나선다. 특히 새정치연합 비노(非盧)계 의원들과 여권(與圈) 성향의 인사들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의 한 비주류 의원은 "일단은 교섭단체 구성이 가장 절실한 문제기 때문에 현역의원들 영입이 먼저 아니겠냐"고 했다. 이미 탈당한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 등은 이날 새정치연합 장병완·임내현 의원과 만나 탈당 시기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광주의 권은희 의원뿐 아니라 장·임 의원 등도 이르면 이번 주 탈당할 것"이라며 "호남 의원 중 탈당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은 총선 목표 의석수로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개헌(改憲) 저지선 확보"라고 했다. 자신들이 100석 이상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태규 부소장은 "전체 지역구에 후보를 다 낼지, 필요한 사람만 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정면승부를 펼치게 될 호남에서는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 대표 측근들이 출사표를 낸 수도권 지역에서는 '안철수 사람들'을 내세워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관악을, 경기 고양덕양을 등이다.

다만 안 의원은 자신보다 먼저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원외 민주당 등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면서도 후순위로 미뤘다.

안철수 신당의 최대 변수는 새정치연합 김한길·박영선 의원의 거취 문제다. 김 의원은 사실상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최후통첩까지 한 상태다. 박 의원도 이날 "지금은 '문재인당'으로 가느냐 대중 정당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라며 문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김·박 의원이 움직이면 최대 40명까지 탈당도 가능하다"며 "여기에 손학규 전 상임고문, 새누리당 비박계 유승민 의원 등이 합류해준다면 그 파괴력이 정계 개편까지 가능한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2012년 대선 때 안 의원을 도왔던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승민 의원에게 '한국 정치판 전체의 혁신을 위해 어떤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할 때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