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유하 교수 기소에 대한 항의에 담은 마음

조선일보
  • 와카미야 요시부미 前 아사히신문 주필
    입력 2015.12.21 03:00 | 수정 2015.12.21 18:40

    와카미야 요시부미 前 아사히신문 주필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가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데 대해 일본에서 미국인들도 포함된 54명이 항의 성명을 냈다. 한국에서는 같은 취지의 성명과 함께 우리를 비판하는 성명과 의견도 나왔는데 거기에는 오해가 많다. 성명에 참가한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생각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라 하겠다. 기소는 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의 고소에 의한 것으로 권력이 스스로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우리가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나머지 박 교수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먼저 우리는 고소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항의는 그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재판소가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저자에게 많은 문장을 삭제하도록 명한 것을 우려하던 중에 검찰이 저자를 범죄인 취급하기에 이르자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소되었다 하더라도 검찰에게는 판단의 자유와 책임이 있다. 형사적 처벌을 가지고 특정 역사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 하겠다.

    다음으로 저자는 정말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을까. 설령 책 내용 중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서술의 일부분을 감정적으로 가져와 단락적으로 문제시하는 것은 저자의 진짜 의도를 알맞게 파악했다고 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식민지 지배하에서 일본인의 일원으로 병사를 위로하는 역할을 강요당한 여성들의 구조적인 문제를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명예에 상처를 입힐 의도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 책을 읽고 할머니들에 대한 모독은커녕 도리어 할머니들의 고통과 비애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런 독자가 많다는 것을 할머니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위안부의 다양한 실상을 밝힌 저자는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가 된 소녀'라는 극단적인 이미지에 얽매이는 것이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이미지에 맞지 않으면 구제할 가치가 없다는 식의 생각이야말로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국가 책임은 법적으로는 물을 수 없다는 저자의 견해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 건 괜찮지만, 그렇다고 많은 여성을 속여 모집한 업자들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박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 또한 직시하려는 자세가 있기 때문이며 결코 일본의 면책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에 대한 비판 성명에는 일본이 일체의 책임을 부정해 왔다는 듯한 서술이 있는데 이 또한 의외다.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은 국민 모금에 기초한 '사과금'(1인당 200만엔) 외에 일본 정부 자금인 '의료·복지 지원금'(1인당 300만엔)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일본 내각총리대신의 '사죄' 서한도 동봉했다. 그것이 불충분했다는 비판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약 60명의 할머니가 그 돈과 서한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의 건설적인 논의를 바라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에 대한 비판 성명도 박 교수의 형사적 단죄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 전에 먼저 고소 취하를 위한 노력을 해서 침착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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