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의 힘겨루기 속에 경제살리기·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로 예고됐던 개각이 늦춰지면서 관가(官街)에선 신년 업무 계획이나 인사 지체 등으로 어수선하다. 선거에 출마할 장관들 때문에 개각은 쫓겨서 해야 하고, 개각은 '입법(立法) 전쟁' 때문에 늦어지고, 그 여파로 국정은 혼선을 빚는 '3각(角) 수렁'에 빠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에도 개각을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각 시점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박 대통령이 개각보다 핵심 법안 처리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당분간은 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그 이후 개각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결국 국회 입법이 늦춰지면서 개각까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개각이 늦춰지면서 교체 대상 부처 공무원들의 경우 일손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은 장관대로 '새사람이 해야지'라며 결정을 미루고,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새 장관 오면 새로 해야 될 텐데'라며 일을 미룬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노동개혁 5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지난 17일 만찬 회동을 갖고 법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다시 확인했다.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는 내년 4월 총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 법안과 노동개혁법 등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각의 원인을 제공한 것도 내년 4월 총선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연말 교체 대상으로 떠오른 인사들은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다. 이들은 내년 1월 14일까지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결국 선거와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개각이 서로 물고 물리며 정국은 수렁에 빠진 셈이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인사를 안 해서"라고 하고, 대통령은 "국회가 안 해줘서"라고 한다. 또 야당은 "대통령이 인사도 제때 못 하고 법안에 대해선 자기 고집만 부리고 있다"고 하는 등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