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66] 동성 결혼 합법화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12.17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우선 오해가 없도록 확실히 고백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 어릴 땐 소피 마르소가 나의 첫사랑이었고, 지금도 앤젤리나 졸리, 이영애, 김태희를 꿈꾸며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 아저씨다. 왜 동성이 이성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평생 함께 지내고 싶은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종교적 정서적으로 동성 간 사랑을 문제 삼는다는 사실,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의 핵심은 나 개인의 선호도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규칙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다양한 선호도를 가지고 산다. 그 다양성의 원인이 유전, 환경, 우연에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동성애도 비슷하다. 유전적 성향을 따르는 것인지,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지 과학적으로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다지 밝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합의한 성인 간 사랑을 사회가 간섭하거나 차별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인류 역사는 다양성과 보편성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집트 파라오 단 한 명의 선호도가 국가 전체의 보편적 목표였기에, 이집트 국민 모두 파라오만의 영생을 위한 피라미드를 쌓아야 했다. 세계 첫 제국을 세운 페르시아 역시 '왕중왕' 단 한 명을 위한 사회였다. 오늘날 북한 모든 주민이 단 한 명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단 한 명의 노여움을 두려워하며 살 듯 말이다.

단 한 명, 한 가족, 한 혈통, 한 집단의 선호도가 사회 전체의 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식한 사람들이 아테네 시민이었고, 그들에게서 시작된 자유민주주의는 산업화와 시장경제를 가능하게 했다.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너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남에게 금지해서는 안 되고, 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보편적 법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라"고. 내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면, 타인에게도 사랑하고 결혼할 권리를 줘야 하고, 다수의 선호도만이 허락되는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언제든 다수의 금지와 억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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