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 방배동 '사이길', 이태원 '경리단길'…. 서울의 멋쟁이들이 몰리는 길 리스트에 새 길 하나가 추가될 것 같다. 최근 맛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서울대입구역의 '샤로수길'이다.
◇샤(서울대 정문)+가로수길=샤로수길
샤로수길은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4길'을 일컫는 별칭.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를 나와 3분쯤 곧장 걷다가 왼쪽으로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와 약국형 화장품 매장 '올리브영' 사이에서 골목이 시작된다. 골목 입구에는 '샤로수길' 안내 게시판이 있고, 길바닥에는 흰색 페인트로 '샤로수길'이라고 도로명주소(관악로 14길)와 함께 적혀 있다. 여기서부터 약 500m 거리 골목에 30개가 넘는 작지만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한 맛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탁소와 미용실, 수퍼마켓 등 원룸촌에 사는 대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 위주였던 이 골목이 맛집 거리로 바뀌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이 해에 수제 햄버거·세계 맥주·칵테일을 파는 '저니(Journey)'와 막걸리 카페 '잡', 펍 '랄라' 등이 문 열었다. 저니 사장 김학진씨는 "재래시장(낙성대시장)에 막혀 한동안 새 업소가 생겨나지 못하다가, 지난봄부터 시장통을 넘어 낙성대역 근처까지 샤로수길이 확장되고 있다"며 "샤로수길이란 말은 올가을부터 많이 듣는다"고 했다. 관악구청 문화체육과 류재희 주임은 "서울대 정문이 얼핏 '샤'로 보이는 데서 착안해 서울대 학생들이 정문 형태와 가로수길을 합쳐서 '샤로수길'이란 이름을 만든 걸로 안다"고 했다.
◇가로수길 뺨치는 맛…가격은 훨씬 저렴
샤로수길의 경쟁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홍대 입구나 합정동, 이태원 경리단길 등 유명 맛집 골목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음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8500원인 '저니 햄버거'처럼 식사 메뉴는 대개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1잔에 2000원이다. 매장에서 직접 커피 원두를 볶는 카페 '벙커 컴퍼니'는 5000원인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 커피를 덤으로 준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낮은 임차료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없던 권리금도 생기고 임차료도 매년 상승하지만 홍대 입구나 강남에 비하면 아직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고 했다. 강남에서 지하철로 15분이면 연결되는 가까운 거리도 장점이다.
◇전국구 맛집 거리 될까
아직까지 샤로수길의 주 고객은 서울대생과 주변 원룸촌에 사는 미혼 직장인. 2개월 전 문 연 심야 식당 '키요이' 주인 임유담씨는 "서울대 학생들은 낮에 여기까지 나오기 힘들고 주변에 사는 직장인들도 퇴근 후에나 찾기 때문에 대부분 가게가 오후 5~6시부터 밤늦게까지 영업한다"고 했다.
맛집 골목으로 알려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가 늘고 있다. 다이닝펍(식당 겸 술집) '샤'를 운영하는 임종현씨는 "주말에는 샤로수길 소문을 듣고 식당을 검색해 확인한 다음 예약하고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동네 맛집 골목에서 가로수길 같은 '전국구' 맛집 지역으로 도약할 기로에 샤로수길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