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호남 지지율이 두 배 넘게 뛰면서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반노(反盧) 정서가 강한 호남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으로 해석됐다.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는 지난 7~9일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의 호남 지지율이 28.5%였다고 10일 밝혔다. 지난주 13.9%보다 배 이상 올랐다. 안 의원이 호남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지난주 2위였던 문 대표는 0.4%포인트 떨어진 14.2%를 기록해 3위로 밀려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3%로 1위였다가 15.8%를 얻어 2위로 떨어졌다. 전국 단위의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는 문 대표가 2위, 안 의원이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지난주보다 지지율이 2.5%포인트 하락했고, 안 의원은 2.8%포인트 올랐다. 리얼미터 측은 "호남의 반(反)문재인 지지층과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층이 박 시장에게 향했다가 안 의원에게 옮겨갔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야당 -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내홍이 분당이냐 봉합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비주류 측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고(왼쪽사진), 3선 중진인 신학용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운데 사진).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4일째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칩거하고 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서울 마포구 정책네트워크‘내일’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오른쪽 사진).

[문재인 "안철수 정권 교체 위해 꼭 필요한 사람..끝까지 잡겠다" ]

이 같은 호남 지지율 변화에 대해 야당 의원들 관심도 컸다. 특히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 의원이 탈당을 결심하면 호남에서만 최소 10명이 동반 탈당할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비주류 문병호 의원은 "야권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호남 사람들의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황주홍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면, 같이 당을 나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결단 효과를 줄 지표"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고무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호남 지지율에 기대서 안 의원이 향후 정치적 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로 나흘째 칩거를 이어갔다. 수도권 지역 일부 의원이 문 대표와 안 의원이 공동으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중재안을 낸 것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안 의원은 오는 13일 최종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미 거절했던 문·안·박 연대와 이름만 바꿨지 다를 게 없다"며 "만약 수용하면 '공천권을 3분(문·안·박)의 1로 나눠 먹긴 싫고 2분(문·안)의 1로 나누면 괜찮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한데, 수용이 가능하겠냐"고 했다. 문 대표가 제안했던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가 현재의 문 대표 체제에 안 의원이 합류하는 식이었다면, 이 안(案)에는 문 대표가 사퇴했다가 비대위원장으로 재취임하는 절차만 추가됐을 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문 대표에게 원하는 건 권한과 자리가 아니라 당을 이번 기회에 바꾸겠다는 혁신 의지"라고 했다.

다만 안 의원 측 일각에서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재안도 거부하면, 안 의원에게 남은 선택지는 탈당 밖에 없다. 이 경우 야권 분열에 대한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 측근은 "문·안 비대위는 안 의원이 원래 요구했던 '문 대표 사퇴 후 전당대회 개최' 제안 중 하나(문 대표 사퇴)는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당내 봉합 시도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이를 모두 차버리면 책임론이 일지 않겠느냐"고 했다. 칩거 중인 안 의원은 자신이 탈당할 경우 함께할 의원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