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막무가내 트럼프

조선일보
  • 강인선 논설위원
  • 김도원 화백
    입력 2015.12.11 03:00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6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괴짜 후보 한 명 또 나왔구나' 싶었다. 돌출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다 곧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에 목숨 거는 미국 정치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을 쏟아내며 지금까지 건재하다. 그가 계속 인기 선두를 유지하자 요즘엔 '중력을 거부하는 지지율'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막말은 그의 전략이자 상품이다. 트럼프는 NBC 리얼리티쇼 '견습생(Apprentice)'에서 "넌 해고야"라고 소리 지르던 독설 스타일 그대로 정적(政敵)과 외국을 마구 공격하고 비난했다. 중국엔 "우리 돈, 일자리, 제조업 다 가져갔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도둑질"이라고 했다. 시리아 난민에 대해선 IS 대원이 난민으로 위장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엔 "주한 미군 주둔비를 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말이 분열적이고 거칠고 폭력적인 게 특징이라고 했다.

    만물상 칼럼 일러스트

    ▶급기야 트럼프가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무슬림은 16억명, 전체 인구의 23%쯤 된다. 미국에도 275만 무슬림이 산다. 무슬림을 싸잡아 적(敵)으로 돌리는 그를 대선에서 퇴출시키라는 소리가 들끓고 있다. 그의 고향 뉴욕 퀸스의 무슬림이 들고 일어난 것은 물론 백악관도 "트럼프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영국에선 트럼프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의회 청원이 시작됐다. 중동에선 '미국판 히틀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공화당 유권자의 반 이상이 트럼프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높은 게 미스터리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인의 공포와 불만을 파고든다고 분석한다. 테러와 경제 위기를 겪으며 유권자가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것이다. 공화당 주축인 백인·중산층·보수 유권자들은 급증하는 히스패닉계와 소수 인종에 두려움을 품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 만리장성을 쌓자는 트럼프의 허황한 주장에도 솔깃한다.

    ▶예비선거가 새해 2월로 다가왔다. 이대로 가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럴 경우 공화당은 필패(必敗)할 것이다. 민주당 선두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건 미국민의 선택이다. 하지만 대선 과정은 그 나라가 안고 있는 고민을 반영한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이 아니라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전략을 휘두르는 후보가 인기를 끄는 미국이 실망스럽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