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무작정 떠난 이유? 새로운 음악 하고 싶어서"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15.12.10 03:00

    [대금 연주자 유홍]

    獨 '아시안 아트 앙상블' 멤버로 해외·한국 오가며 솔로 활동도
    中 생황 연주자와 듀오 콘서트

    대한민국에서 국악 연주자로 성공하려면 '모범 답안'이 있다. 대학 졸업 후 관현악단에 취직해 악단 생활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 안정된 일자리, 고정 수입이 필요해서다. 대금 연주자 유홍(36)씨는 그 안락한 길을 뛰쳐나왔다. 그는 2007년 "프리랜서 연주자로 살고 싶어서" 무작정 짐을 싸서 유럽으로 갔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 연주자가 됐다.

    "연주자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늘 고민했어요. 악단엔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요. 안정적이지만 내키지 않는 연주를 해야 할 때가 많을 테고, '내 음악'을 하고 싶었죠. 새롭고 재밌는 음악요."

    국립국악고등학교,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그는 동아콩쿠르 학생부 대상과 전주대사습 일반부 장원을 차지했을 만큼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뻔한 길은 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국악이 없는 유럽에서 국악기 연주자로 살아보자!' 대책 없이 짐부터 쌌다. 한국 음악을 전공한 키스 하워드 런던대 교수를 찾아갔다. "그분이 런던대 민족음악학과 연주자 과정에 입학하기를 권했어요. 유학 갈 생각이 아니었는데 석사까지 하게 된 거죠. 막상 들어가보니 이론 위주라 제가 하고 싶은 것과는 달랐지만요."

    대금 연주자 유홍씨는 “세계 전통 악기와 만나는 작업을 통해 전통 악기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다”고 했다.
    대금 연주자 유홍씨는 “세계 전통 악기와 만나는 작업을 통해 전통 악기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석사 학위를 땄지만 런던은 어딘가 답답했다. 그러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정일련 작곡가를 만나 또 한 번 방향이 바뀐다. 그는 "정 선생님이 '베를린에 할 일이 많은데 왜 런던에 있느냐'며 당장 오라고 했어요. 그분이 이끄는 아시안 아트 앙상블을 같이 하자고. 그래서 베를린으로 갔죠."

    아시안 아트 앙상블은 아카데믹한 현대음악 앙상블이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와 함께 한국의 대금, 일본 고토, 중국 생황으로 구성된 독특한 조합이다. "여기선 다들 몇 개의 앙상블을 하면서 프리랜서 연주자로 살아요. 한국은 시장이 없지만 독일에선 그만큼 연주회가 많으니 실력만 있으면 연주자로 잘 팔리는 거죠." 그는 "한국 올 때마다 선생님들은 '먹고살 수는 있느냐'고 묻는다. 연주료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처음엔 연주할 만한 대금 곡이 단 하나도 없었다. "저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일부러 앙상블에서 즉흥곡을 넣어줬다"고 했다. "즉흥 연주가 재밌었어요. 연주자로서 제가 얼마나 많은 색깔의 소리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됐죠. 지금은 제 컴퓨터에 저장된 곡만 40개가 넘어요."

    그는 10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중국 생황 연주자 우웨이와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대금이 다른 나라의 전통악기와 만나는 시리즈로 그가 기획한 '포커스 1'이다. 우웨이는 서울시향과 진은숙의 생황협주곡을 녹음한 세계적 연주자. "생황을 시작으로 일본, 중앙아시아 등으로 넓혀나갈 겁니다. 국경을 넘어 음악가들의 네트워크를 쌓고 대금 곡 레퍼토리를 늘리는 게 당장의 목표예요. 서양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는 큰 사이즈의 곡도 늘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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