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나눔이 일상인 미얀마에서 배우자

조선일보
  • 한동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
    입력 2015.12.09 03:00

    한동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
    한동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
    지난 11월 10일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2015년에 기부와 나눔을 가장 잘 실천한 국가로 미얀마를 선정했다. 재단은 매년 전 세계 145개국 15만명을 대상으로 세계기부지수를 조사·발표하는데 미얀마를 1등 나눔국가로 선정한 이유로 미얀마 사람들 중 92%가 기부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재단은 이 조사 결과가 "부와 관용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통념이 틀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64위를 차지했다. 등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약간 씁쓸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에서도 기부와 나눔이 건강한 시민의 덕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수험생의 자원봉사 경험이 중요한 선발 기준이 된 지 오래되었고,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나눔을 강조하고 있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기부 내용은 후보자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요소나 흠결을 상쇄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자원봉사와 기부를 통해 자부심을 갖도록 하며, 회사의 이미지와 평판을 개선하려고 한다. 겨울이 되면 광화문광장 앞에 '사랑의 열매' 온도계가 세워지고, 목표 금액을 채울 때까지 서서히 올라가는 빨간 막대를 보며 우리 사회의 품격을 스스로 대견해한다.

    그러나 미얀마가 1등 나눔국가로 선정된 것은 이 나라에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사랑의 온도계를 더 많이 설치했거나, 대학입시에서 더 많은 점수를 가중치로 부여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변변한 모금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부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도 아니다. 이들이 나누는 것은 단지 일상의 먹거리 수준이며, 이러한 나눔은 이들의 일상으로 다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일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20분의 1도 채 안 되는 이 나라가 1등 나눔국가가 된 이유이다.

    굳이 가난한 아이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광고가 아니더라도, 괜히 고운 얼굴에 검댕을 묻혀가며 연탄을 나르는 행사를 치르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이웃과 나누던 마음속 습관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충분히 나눔 1등이 될 수 있다. 기부와 나눔마저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1등을 하겠다는 과도한 경쟁심만은 경계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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