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이 7일 오후 사상 첫 스모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날 오후 6시(현지 시각) "8일 오후 7시부터 10일 정오까지 시 전역에 심각한 스모그가 예상된다"며 "스모그 경보 단계를 주황색에서 적색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스모그 경보는 가장 심각한 순서로 적색·주황색·황색·청색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적색경보는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200㎍/㎥ 이상인 '심각한 오염' 상황이 3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한다.

베이징 스모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는 7일 "베이징 일대의 스모그는 기류를 타고 베이징 남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의 흐름상 한반도로 넘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7일 스모그로 뿌옇게 뒤덮인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어린이가 보호자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이날 베이징시는 사상 처음으로 스모그 경보 단계 중 최고 등급인‘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이 스모그로 기침하는 동안 우리는... ]

베이징 당국은 적색경보 기간 자동차 홀짝제를 강제로 실시한다. 공무 차량도 30%만 운행한다.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교에는 휴교를 권고했다. 모든 공장은 스모그 농도에 따라 가동 시간을 줄여야 한다. 각 기업은 탄력 출퇴근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사장은 문을 닫아야 하며 건축 폐기물이나 모래·자갈 등을 실은 트럭의 시내 진입도 차단된다.

이날 베이징시가 서둘러 첫 적색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주 최악의 스모그가 베이징 등 수도권을 덮쳤는데도, 2단계인 주황색 경보만 울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중국 수도권은 닷새 넘게 스모그에 갇혔으며, 스모그 최대 농도가 1000㎍/㎥에 육박했다. WHO 기준치의 40배에 해당한다. 당시 중국 네티즌은 "스모그로 낮이 밤이 됐는데 적색경보가 아니면 언제 적색을 발령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천지닝 환경보호부장(장관)은 이날 신화통신에 "중앙 지도자들이 스모그 대처 방법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가 지난주 스모그 때 관련 기관의 미흡한 대처를 질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환경보호부는 이날 "중국 대도시의 스모그 원인이 각각 다르다"며 "베이징·항저우·광저우·선전은 자동차 배기가스, 스자좡과 난징은 석탄, 톈진은 각종 분진, 닝포는 공장 매연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중앙기상대는 "올 연말까지 한두 차례 더 극심한 스모그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5일(현지 시각) 기회변화협약 회의가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내가 (별명처럼) 진짜 외계인이라면 (스모그 때문에) 지구를 떠나 우주로 달아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베이징의 스모그는 숨이 막힐 정도로 심각했고, 최근 암으로 사망한 친구와 친척도 적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