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17㎞ 노선의 지하철이 개통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 최초로 등장한 지하철이다. 전동차며 역사(驛舍)가 당장 서울에 갖다놔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됐다. 1인당 GDP 700달러인 나라의 교통수단으로는 호사스러울 정도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시간당 6만명 수송이 가능한 초현대식 지하철을 타보며 감격스러워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지하철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의 손길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전동차 제작은 물론 선로(線路) 공사까지 중국 기술진이 주도했다. 향후 5년간 운영도 중국 선전지하철공사 몫이다. 게다가 중국은 공사비 5500억원 중 85%를 차관으로 제공했다.
에티오피아 지하철은 중국이 검은 대륙을 어떻게 파고드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자본과 기술을 빌려주고 인프라 사업을 벌이게 한 뒤 운영을 맡아 본전을 뽑는다. 항만·고속도로·댐·공항 등 아프리카를 탈바꿈시키는 대역사(大役事)는 죄다 중국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유럽에서 눈독 들이기도 한다. 그러면 중국은 건설비와 공기(工期)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사업을 가져가 버린다.
중국은 멀리 내다본다. 단기 수익을 뽑는 데 급급하지 않고,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쓴다. 막대한 대외 원조 예산의 절반 이상을 아프리카로 보낸다. 시진핑 주석은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5년간 아프리카에 1억달러의 군사 원조를 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군사 훈련 노하우를 전수한 짐바브웨에서는 현지 군인들이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홍가(紅歌)'를 부를 줄 안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은 북아프리카에 대형 이슬람 사원을 지어주는가 하면, '내정 불간섭주의'를 천명하며 군부 독재자들을 껴안아준다. 서방 국가들이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그어놓은 선의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든다는 얘기다. 그러니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너도나도 친중(親中) 성향이다. 이달 초 시 주석이 남아공에서 주재한 '중국·아프리카 포럼'에는 45개국 정상이 참석해 서로 시 주석에게 눈도장을 박으려고 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다가가는 건 이유가 있다. 내부적으로 국토 개발이 정점을 지나고 설비 투자가 포화에 달한 중국은 투자를 이어갈 지역으로 미개척지인 아프리카가 제격이라고 본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 철강회사들이 라이베리아와 남아공에 제철소를 짓는 게 그런 차원이다. 도처에 널린 자원을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게다가 아프리카는 매년 소비시장이 4%씩 커지고 있다.
중국의 시선은 아프리카에 꽂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아프리카에 우리 영역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물량 공세로는 중국을 못 이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아프리카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중국의 2%에 그칠 정도로 손을 놓고 있으면 곤란하다. 관료와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인구 10억의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