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도심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노총 등은 그간 10차례도 넘게 '평화 집회'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민노총 등은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을 7시간여 마비시켰던 불법·폭력 집회 때도 처음엔 '평화 집회'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당시 시위대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들은 하나같이 5일 집회를 이야기할 때마다 '평화'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서울 조계사로 숨어든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밧줄로 당기고 소위 말해서 불법이라고 얘기했던 그런 저항의 표현을 하지 않고 평화 행진을 하겠다"고 말했다. 6일 뒤인 지난달 30일 민노총은 "우리는 평화로운 집회를 원한다"는 성명을 냈고, 하루 뒤인 1일엔 한 위원장이 또 라디오 방송에서 "(경찰이) 최루탄, 물폭탄을 쏘아대더라도 평화 기조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5일 집회를 주관하는 '백남기 범대위'의 조병옥 공동 집행위원장도 4일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정말 경찰이 물대포를 쏘더라도 그대로 맞겠다는 입장이냐"고 묻자 "전체 (집회 참가자들의) 입장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서울 도심에서 차로 행진을 할 때 자체적으로 질서 유지인 300명을 배치하겠다고 했고,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폭력을 배제하고 물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이 3일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한 것도 이 같은 '평화 집회 약속' 때문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집회 주최 측이 여러 차례 평화 집회를 하겠다고 한 데다…"라고 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등 종교계 인사들과 새정치민주연합 등도 평화 시위를 유도하기 위한 '평화 지킴이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은 4일 페이스북에 조계사에서 승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을 올려 "(지난달 14일) 10만이 모이니 세상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5일) 더 많은 민중이 힘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는 "노예의 삶을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5일 집회가 또 한 번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된다면 엄청난 국민적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집회 주도 단체들은 자신들의 '평화 집회' 약속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력 2015.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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