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룩 부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조용하고, 예의 바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남편 사이드 파룩(28)은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시(市) 재활시설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온라인에서 만나 결혼한 파키스탄 국적의 아내 태시핀 말릭(27)은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싸고 이슬람 사원에 예배 보러 갈 때를 제외하면 주로 집에만 있었다.
지난 2일 오전, "병원 예약 진료가 있다"며 생후 6개월 된 딸을 할머니에게 맡길 때까지만 해도 부부에게선 특별한 낌새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둘은 그 직후, 검은 복면과 방탄조끼로 무장하고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는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살해하고 21명을 다치게 했다. 범행을 저지른 뒤, 자동차로 달아나면서도 부부는 경찰 21명과 총격전을 벌였다. 결국 이들은 경찰 총에 맞아 사망했다.
미국 언론은 이례적으로 부부가 총기 난사 사건을 벌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과거 강력 범죄 사건 가운데 부부·연인이 자행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버지니아대 정신의학 담당 재닛 워런 교수에 따르면, 800건의 아동 유괴·학대 범죄 중 커플이 일으킨 범죄는 16%에 해당하는 135건에 이른다. 워런 교수는 USA 투데이에 "커플 범죄자들에게서 '감응(感應)성 정신병(매우 가까운 두 사람이 유사한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되는 것)'이라고 불리는 징후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FBI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관) 그렉 매커리는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 있는 범죄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용케 찾아낸다"고 했다. 이들이 비슷한 연령대 남녀라면, 연인·부부 관계로 발전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범죄자 커플의 지배·종속 관계가 확연한 경우도 있다. 워런 교수는 "파룩 부부 중 어느 쪽이 범행을 주도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내가 어린 딸에 대한 모성애마저 포기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아내가 의사 결정권자였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널리 알려진 범죄자 커플로는 '보니와 클라이드'라 불리는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가 있다. 193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은행 강도와 살인을 일삼았던 이들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둘이 탔던 차량에 130여 발의 총알을 퍼부었고, 이 때문에 총격전에 참여했던 경찰들이 한동안 난청을 겪어야 했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보니와 클라이드의 파란만장한 삶은 여러 차례 영화·뮤지컬로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범죄 행각을 벌이는 커플의 경우, 여성은 사랑 때문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타임지는 "(범죄 연구) 역사학자들은 보니가 클라이드와 사랑에 빠진 것이 범죄자의 길을 걷게 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묻지 마 범행'을 일으킨 커플도 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던 카릴 퍼게이트와 찰스 스타크웨더는 역사상 가장 엽기적인 10대 킬러 커플로 불린다. 반항적인 10대였던 둘은 특별한 이유 없이 네브래스카와 와이오밍주를 오가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