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가 내년 예산안과 일부 쟁점 법안을 3일 처리했지만 남은 쟁점 법안들의 국회 통과는 험로가 예고돼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의 '대표 상품'으로 추진해왔던 노동 개혁 관련 5대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호법·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들은 "노동 개혁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며 "모멘텀을 되살리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는 지난 2일 '노동 개혁 관련 법안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노동 개혁법은) 어쨌든 결론을 맺어야 하니 이제부터 잘 협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서 언급된 임시국회의 '시기' 자체도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야당은 '곱게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자세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첫 교시 시험(예산안 처리)이 잘못됐지만 2, 3, 4교시(노동 개혁법 등 법안 처리)가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은 다를 것"이라며 "합의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도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노동 개혁 5법에 대해 "끝까지 막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처리가 불발돼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4월 총선 등으로 법안 처리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미 예견됐었다는 점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여권으로선 예산안이라는 카드를 쓰고 나면 사실상 야당을 설득할 도구가 없는데, 그걸 관광진흥법 등(통과)에 써버렸다"며 "여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실책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경제계 등에선 "대통령이 야당 직접 설득에 나서거나 국민 마음을 움직여서 야당이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지 않는 한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노동 개혁 법안이 좌초될 경우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여파가 작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15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정부가 연내에 노동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설득해 대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을 무리해 늘린 경향이 있어 내년에는 신규 채용 규모가 대폭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