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이어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原電)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체코는 2019년쯤 최소 10조원 규모의 원전 2기를 발주할 예정이다. 우리가 이걸 수주한다면 한국의 상용 원전이 유럽에 처음 진출하게 된다.

'한·체코 원전 협력'은 이날 프라하성(城) 내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체코는 지난 5월 테멜린, 두코파니 지역의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었다. 미·일·러·중·프랑스 등과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에 집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 시각) 체코 프라하성 내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인사하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제만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원전과 관련해 서로의 강점을 확인하고 협력 확대를 지속키로 했다"며 "(어제) 원자력협력공동위원회를 개최했고 원전 협력 MOU도 체결함으로써 체코의 신규 원전과 관련한 양국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국은 원전 성공 경험과 기술력이나 경제성, 거기다 성실성까지 잘 갖추고 있고 체코는 유럽형 원자력 운영의 경험을 갖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폴란드·슬로바키아 등 제3국에 공동 진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제만 대통령은 "한국이 원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체코 측에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도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제만 대통령은 회견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제만 대통령은 "저는 의도적으로 '남한'이란 말 대신 '한국' 대통령이란 말만 쓴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반도 평화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체코가 북한 대사관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측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체코의) 아주 구체적 역할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양국은 이날 원전·신성장산업·과학기술 분야에서 18건의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원전기술 교류 MOU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과 SP사 간에 '유럽형 한국 원전의 EU 인증 취득'을 위한 자문 계약이 체결됐다. 또 보건의료 MOU 체결을 통해 14조원 규모의 체코 보건의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체코 국립미술관 안에 '한국 전시실'을 개설하는 MOU를 체코 측과 체결했다. 양국 연구기관은 X선 현미경 개발, 화생방 해독제 개발 관련 MOU도 맺었다. 체코는 세계 전자현미경 시장을 선도 중이며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화학 분야도 강하다. 나토(NATO) 핵화생방 대응부대의 주력이 체코군이다. 박 대통령은 "체코 국민은 소프트 콘택트렌즈, 혈액형 구분, 각설탕 등 유용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등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선 20년 만이다. 체코 측은 '환대'를 준비했고 박 대통령의 일정도 하루 6~8개에 이르는 등 빡빡했다. 이날 정상회담 사전 환담은 제만 대통령의 제안으로 배석자 없이 이뤄졌다. 그는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체코와 프라하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이어 두 정상은 프라하성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도 함께 참석했다. 당초 프라하 시내 호텔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는데 제만 대통령이 프라하성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어 두 정상은 프라하 국립국장에서 인형극과 아리랑 공연을 보고 만찬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