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 법정시한 준수 '실패'...'밀실·졸속' 심사 여전]

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긴 3일 새벽 0시 48분 국회 본회의에서 당초 정부 원안보다 3000억원을 순(純)삭감한 386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은 재석 275명 중 찬성 197명, 반대 49명, 기권 29명으로 처리됐다. 당초 여야는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내 예산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야당 강경파들이 "예산과 함께 처리키로 한 관광진흥법 등을 처리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본회의가 2일 밤 11시를 넘어서 시작됐고 다른 법안 처리와 토론이 이어지면서 결국 법정 시한을 넘겼다.

여야는 예산 심의를 통해 정부안에서 3조8000억원을 감액한 대신 3조5000억원을 증액했다. 논란이 됐던 누리 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은 우회 지원을 위해 예비비에서 3000억원이 배정됐다. 국회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브리핑에서 "(누리 과정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재래식 변기 교체, 찜통 교실 해소 등 시설비 예산을 (간접적으로) 국가가 지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 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약 1200억원이 증액됐다.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4732억원이 늘어난 반면 국방 분야 예산은 1561억원이 삭감됐다. 세월호특별조사위의 내년도 예산은 정부 원안대로 62억원이 편성됐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그동안 각자 추진해온 경제활성화법안(2건)과 경제민주화법안(3건)도 서로 맞바꿔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의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관광진흥법,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리점거래공정화법과 모자보건법, 전공의특별법 등이다. 여야 원내(院內) 지도부가 전날 자정을 넘겨가며 체결한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외국인 환자 유치와 병원의 해외 진출 사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며, 관광진흥법은 학교 주변에 유해 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의 근거 마련이 골자다.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은 본사(甲)와 대리점주(乙) 사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게 골자이며,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전공의특별법은 각각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의 법적 근거 마련과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 개선, 지위를 보장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쟁점 법안 맞바꾸기' 합의를 놓고 야당 내 강경파들이 반발하면서 온종일 법안 처리는 난항을 겪었다. 이들은 "여당의 법안은 의료 민영화의 우려가 있고 재벌들을 위한 법"이라며 "지역 예산을 포기하더라도 수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엔 여야 지도부 간 합의로 국회의장이 이 법안들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는 계속 늦춰졌고,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오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