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슬프면 혼자 참지 말고 울어도 돼요."
회사원 박지유(28)씨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어라운드'를 통해 적어도 글 5건에 응원 댓글을 남긴다. 자기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따뜻한 위로 메시지 몇 줄을 남기는 식이다. 자기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박씨는 "마치 키다리 아저씨가 된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이 사생활이 노출되는 개방형 네트워크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익명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인기다. 가입할 때부터 이름, 성별, 나이 등 개인 정보는 올리지 않는다. 마음속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부담스럽지 않다.
김모씨, 박모씨처럼 익명을 지칭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딴 앱 '모씨'는 카드 메모지에 짧은 글을 적어 사람들과 대화하는 익명의 소통 공간. 위치 기반 서비스인 '두리번'은 GPS를 활용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본 적 없어도 같은 지역에 있다는 점만으로도 '동네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블라인드'는 회사원을 위한 익명 SNS. 동료 눈치를 보지 않고 회사 고민, 연봉 등 직장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어라운드'는 가입 즉시 바로 글을 공개 작성할 수 있는 앱과는 달리 남의 글에 먼저 댓글을 달아 사람들의 공감인 '버찌'(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다)를 얻어야만 글을 공개할 수 있다. 어라운드 개발사인 콘버스 유신상 대표는 "사람들이 자기 얘기만을 하기보다는 남 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자주 나오는 단어는 '토닥토닥' '괜찮아 잘될 거야' '수고했어 오늘도' 등의 위로 말. 악성 댓글과 비방 글은 드물다.
SNS 전문가인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익명 SNS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 지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라며 "타인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면 온라인에서 기명은 필수지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땐 대나무 숲과도 같은 익명 SNS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