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키워드로 입력하자 '적절하지 못한 단어가 포함돼 있다'는 경고 문구가 뜬다.

서울시가 새 브랜드 ‘I·SEOUL·U’의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고자 포털사이트 다음(Daum)과 함께 시민참여형 인터넷 공모를 시작했지만, 정작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관된 키워드를 모두 금칙어로 설정해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5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당신만의 서울브랜드로 만드세요’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 ‘I·SEOUL·U’의 ‘I’와 ‘U’ 사이에 빈칸을 설정해놓고, 이 빈칸을 네티즌이 자유롭게 채워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참여한 시민 100명을 선정해 상품을 제공한다며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3일째인 28일 오후 4시 기준 380여명이 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에는 박 시장을 연상시키는 키워드는 ‘금칙어’로 지정돼 일절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분이 담고 싶은 모든 것을 표현해 달라”며 참여를 독려했었다.

본지 확인 결과 현재까지 설정된 금칙어는 ‘영국’ ‘MRI’ ‘면제’ ‘바꿔치기’ ‘엑스레이’ 등 30여개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박 시장과, 현재 병역 논란에 휩싸인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29)씨와 관련된 단어다.

금칙어 중에는 ‘데려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아이) 데려와 U(유)’라는 문장의 발음이 영국에 있는 주신씨를 한국 법정에 소환하라는 의미로 읽힐 소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신씨는 영국에 체류 중이고, 다른 사람의 MRI(자기공명영상) 사진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박 시장 가족, 특히 아들 주신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금칙어 설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브랜드 이미지·캠페인과 상관 없는 게시물은 허용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특정인(특정단체)를 모욕, 비하하는 내용인 경우 삭제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금칙어 명단은 이 캠페인을 함께 진행 중인 포털사이트 다음 측에서 먼저 제안해 27일부터 적용됐다. 일부 네티즌이 박 시장과 박 시장 가족과 관련된 악의적인 게시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복적인 악성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금칙어가 지정되자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욕설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사전 공지도 없이 자의적으로 금칙어를 지정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았다는 분노다. 일부 네티즌은 금칙어를 피해 박 시장과 서울시를 비판하기 위해 ‘글’ 대신 ‘그림’ 파일을 게시판에 올리며 항의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새 브랜드를 발표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나(I)와 네(U)가 만나 열정과 여유로 어우러진다는 공존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지만, 이런 설명 없이 ‘I·SEOUL·U’만 보고 이 뜻을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서울’이라는 고유명사를 동사로 활용한 것을 비꼬는 등 새 브랜드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패러디가 속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