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폴크스바겐이다. 지난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의 배출 가스 조작 사실을 적발했다. 배출 가스를 테스트할 때는 저감장치를 최대로 작동시키고 실제 주행에서는 작동을 멈추도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확인된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폴크스바겐이란 브랜드가 지니고 있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었다.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독일어로 '국민 차(車)'란 뜻이다. 폴크스바겐이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수잔 피스크·크리스 말론, 전략시티)'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소비자와 맺는 관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45개가 넘는 브랜드를 분석했는데 성공 키워드로 '따뜻함'과 '유능함'을 꼽았다. 따뜻하면서도 유능한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의미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존슨앤존슨은 사건 발생 즉시 미국 전역에서 제품을 전량 회수한 뒤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 사건으로 존슨앤존슨은 오히려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반대 사례도 있다. 2010년 영국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일부 책임은 인정했지만, '원유 유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 결국 BP의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하고 말았다.
이 두 사례를 비교하면서 저자는 존슨앤존슨이 유능함과 따뜻함을 통해 이전보다 고객들과 더 가까워졌지만, 그렇지 못했던 BP는 고객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고 분석한다. 지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시대다. 기업이 실수를 하면 사람들이 곧바로 알게 된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브랜드의 편이 되므로 위기가 오히려 절호의 기회"라는 저자의 조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