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아이는 어른 침대에서 자고 싶었다. 엄마를 조르는 대신 아이는 드라이버로 제 침대를 분해해 어른 것처럼 만들었다. 다섯 살에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을 보고선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와 승무원 모험을 다룬 TV시리즈 '스타 트렉'에 빠져 살았다. "언젠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주에 호텔과 놀이공원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어린 시절이다.
▶서른 살에 아마존을 세운 베조스는 창업 4년 만인 1999년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됐다. '전자 상거래의 왕'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이듬해 우주선 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을 세우고 우주선과 로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막대한 개인 돈을 들여 깊이 4300m 대서양 바다에서 로켓 엔진 둘을 건져냈다. 어린 시절 꿈을 안겨준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렸던 엔진이었다.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셰퍼드'가 며칠 전 미국 텍사스에서 발사된 뒤 100㎞까지 올라갔다가 아무 손상 없이 발사 지점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로켓은 일회용이었다. 우주선을 지구 밖까지 보낸 뒤 바다나 허허벌판에 떨어지면서 고철이 됐다. 로켓 하나 만드는 데 몇백억 원이 든다. 베조스는 "보잉 747기를 한 번 타고 버리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그는 로켓 재활용이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로켓이 우주선과 분리될 때 속도는 음속 네 배에 이른다. 발사대로 무사히 돌아오려면 로켓 속도를 줄이는 브레이크용 엔진과 똑바로 내릴 수 있는 착륙 장치를 달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로켓을 위로 날리는 것만 생각했다. 베조스는 공중에서 다시 지상으로 비행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발상의 전환이다. 완벽한 로켓 재활용이 가능해지면 우주 비행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베조스의 성공이 기쁘지 않을 것 같다. 머스크와 베조스는 민간 우주산업의 라이벌이다. 머스크는 화성 거주지를 건설하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겠다며 우주선 개발 회사 '스페이스X'를 세웠다. 우주인을 국제 우주정거장에 실어 나르는 '우주 택시' 사업도 곧 시작한다. 유일하게 머스크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로켓 재활용 실험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두 사람이 내다보는 미래는 같다. 누구나 자유롭게 우주를 오갈 수 있는 세상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두 사람의 밝은 눈과 굳은 의지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