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을 차지한 한국 야구대표팀 22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표팀 선동열 코치가 구본능 KBO 총재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에 8대0 대승을 거두고 우승을 거뒀다. 김포공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22

"다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이죠."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프리미어 12 결승전 미국과의 경기에 앞서 한국 선동열 코치가 이대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그는 끝내 손사래를 쳤다. 몇 번이고, "내가 무슨…다 선수들이 잘 했을 뿐이지"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는 겸손의 표현일 뿐이다. 야구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프리미어12 우승의 큰 원동력은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의 빼어난 투수교체였다는 것을.

야구대표팀이 16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쿠바(A조 2위)와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 8강전을 펼쳤다. 쿠바 8회 1사 2루에서 정대현이 차우찬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선동열 코치에게 볼을 건내받고 있는 정대현. 타이중(대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한국 야구는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여러 부분, 특히 투수 파트에서 이전 대표팀에 비해 전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외부에서는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컸기 때문.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뚝심은 이런 부정적 평가를 멋지게 뒤집고 한국 야구의 힘을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엄청난 성과의 뒤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메인 투수코치를 맡은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의 역량이 새삼 주목받는다. 대표팀이 일본과 미국 등 강적들을 연이어 격파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정확한 투수 교체였기 때문. 경기 흐름과 상대 타자의 특성에 맞춰 한 박자 빠르게 가장 좋은 구위를 지닌 투수를 바꿔 올리면서 승기를 굳히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불펜 야구'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의 찰떡 궁합이었다.

하지만 선 전 감독은 이러한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저 해야 할 일만 했을 뿐이고, 결국 투수들이 알아서 잘 던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대회가 끝난 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쌓인 피로를 풀고 있는 선 전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며칠 쉬었더니 여독은 다 풀렸다"면서 프리미어12 대회 때 많은 성원을 보내 준 야구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선 전 감독은 대회가 끝났음에도 끝까지 '대표팀 코치'로서의 자기 위치와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그는 대회 우승의 원동력으로 손꼽히는 신기묘묘한 투수 교체에 관해 "감독님과 상의해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다 선수들이 잘해준 결과"라며 몸을 낮췄다. 어차피 경기에서 주목받고, 결과로 박수받는 것은 감독과 선수들의 몫이라는 자세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선 전 감독은 여전히 투수 파트 운용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라는 점이 입증됐다. 이미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에 이런 역량을 입증했고,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역시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호흡을 맞춰 '작두교체'로 불리는 뛰어난 투수 파트 운용력을 선보인 바 있다. 비록 KIA 타이거즈 감독 시절에는 부상 선수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명성이 퇴색된 면이 있었지만,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선 전 감독은 실추됐던 명성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