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9일 0시부터 서울역 고가(高架) 공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고가도로를 폐쇄하기로 했다. 시민 안전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서울역 고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 5일을 앞둔 24일까지도 경찰·문화재청·국토교통부 등은 서울시의 계획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인근 남대문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고가 폐쇄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고가 폐쇄 전에 별도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안전 때문에 도로 폐쇄 미룰 수 없다"

서울시는 고가 폐쇄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로 안전 문제를 든다.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는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일부 부분은 E등급)을 받았다. 교량의 잔존 수명이 2~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고가 상판 하부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현행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시설물의 구조상 안전한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해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사용제한·금지·철거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고가 폐쇄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노후화된 도시를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도시재생 사업이란?]

박원순 시장은 이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도심 재생 차원에서 시민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폐철교를 공원으로 바꿔 관광자원화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가도로 폐쇄 후 현재의 낡은 도로 상판을 철거하고 보행로로 사용될 새 상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가 보행로로 바뀌면 이곳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하루 40만명에 달하는 서울역 유동 인구가 남대문시장 등으로 유입돼 지역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기관, 교통 대책 등 이유로 제동

경찰 등 중앙정부 기관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경찰 산하 교통안전시설심의위는 지난 7~8월 두 차례 심의에서 서울시가 낸 주변 교통 개선 계획을 모두 보류했다. "고가 폐쇄시 주변 교통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국토교통부에서 도로 노선 변경에 대한 승인을 먼저 받아오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으로부터 "서울역 고가를 철거해도 주변 도로의 연결성 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검토 결과를 넘겨받았지만 아직 최종 승인을 위한 추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도 이날 서울시가 제출한 '구(舊) 서울역사 주변 고가도로 보수보강 및 광장 시설물 설치' 현상 변경 신청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지난 7월과 9월에도 "고가 공원으로 올라가는 접근 교량 중 일부가 옛 서울역사(驛舍)의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부결 또는 보류 결정을 내렸다.

서울역 고가 938m 중 128m는 사적 제284호인 옛 서울역사의 경관지구에 속해 고가 사업을 진행하려면 문화재위의 심의와 문화재청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의 보강 설계 요구를 받아들여 3번째로 신청을 했지만 다시 제동이 걸렸다. 문화재위는 "종합적인 검토를 위해 현지 조사를 거쳐 내년 1월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남대문시장 상인 등 지역 주민을 상대로 충분한 설득 작업을 거쳤다고 하지만 상당수 상인들은 고가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 이충웅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3개구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남대문시장 상인 중 일부가 고가 공원화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전체 상인의 80%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