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가고시마(日), 김태우 기자] 세대교체가 더뎠던 SK의 내야가 일순간 전쟁터로 돌변했다. 주전 선수들도 이제는 자신의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김용희 감독도 “원점부터 다시 생각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마무리훈련을 강화와 가고시마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 SK는 내년 내야 운영을 두고 희망이 커지고 있다. 올해 SK의 내야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간판스타이자 주전 3루수인 최정은 부상으로 81경기 출전에 그쳤다. 주전 유격수인 김성현은 전반기에 부진했고 2루수 자리를 나눠 메운 나주환 박계현 이대수도 합격점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주전 1루수인 박정권도 초반 부진의 공식이 이어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상 총체적 난국이었다. SK가 힘을 받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이처럼 한 시즌 동안 악몽에 시달린 SK다. 이번 오프시즌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도 내야의 체질 강화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충격 요법도 주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다. SK는 한 방을 칠 수 있는 전형적인 거포 요원을 영입하는 대신, 수비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고메즈를 선택했다. 유격수로 메이저리그(MLB) 구단에 입단한 고메즈는 올 시즌 2루에서도 뛰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이런 고메즈에 대해 김용희 감독은 “포지션을 확실하게 정하지는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제 고메즈의 기량을 눈으로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내야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유격수나 2루수는 물론, 3루에서도 뛸 수 있다”라고 공언했다. 실제 고메즈는 미국에서 뛰던 당시 세 포지션을 모두 경험하면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냈다.
즉, 캠프 진행 상황을 모두 지켜본 뒤 가장 취약한 지점에 고메즈를 넣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지금 당장으로는 2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선수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만약 김성현이 전반기처럼 부진한다면 고메즈가 유격수로 들어갈 수도 있다. 실제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고메즈가 유격수로 들어가고, 김성현이 2루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수 나주환이라는 기존의 베테랑 2루수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됐다.
내야 간판인 최정 또한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까지는 최정이 빠질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았지만 이제는 고메즈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최정의 자리가 굳건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년과 다른 긴장감을 느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최정도 예외가 없다’라는 현실은, 전체 선수단에 더 큰 긴장감과 경쟁의식을 불어넣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렇게 ‘고메즈 시프트’가 가능한 만큼 기존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한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세가 엄청나다. 고메즈 효과에 가고시마발 폭풍까지 불어 닥친 양상이다. 올해 잠시 주춤했던 박계현이 의욕적으로 캠프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가능성을 인정받은 자원들인 유서준과 최정민도 교육리그와 가고시마 캠프를 거치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여기에 가고시마 캠프에서 최고의 호평을 받고 있는 조성모까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외국인 선수를 벤치에 앉히기는 힘든 여건, 최정이 3루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최소 7명이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김성현이 가장 앞서 출발한 것은 확실하지만 나주환 이대수라는 베테랑 자원에 박계현 최정민 유서준 조성모라는 신진급 선수들도 나란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전 경쟁은 둘째 치고 1군 엔트리 진입부터가 화제로 떠올랐다. 개막전 명단에 누가 살아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