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9월 시리아 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3일(현지 시각) 지상군을 전장(戰場)에 투입했다. 미군 특수부대도 곧 시리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연합군 구성 작업에 착수하면서, 서방과 러시아가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을 본격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쿠웨이트 '알 라이'를 인용해 "러시아 지상군이 (동맹 세력인) 알아사드 정권을 위해 처음으로 시리아 전장에 투입돼, 전략적 요충지 수곳을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공격한 대상이 IS인지, 서방과 연계된 반군인지는 불확실하다. 서방과 러시아는 IS라는 공동의 적을 공습하면서, 동시에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의 정부군, 서방은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바타클랑 극장 앞, 나란히 애도하는 올랑드와 캐머런 - 23일(현지 시각) 프랑스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오른쪽) 영국 총리가 테러가 발생했던 바타클랑 극장 앞에서 프랑수아 올랑드(오른쪽에서 둘째) 프랑스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로 89명이 숨졌다.

미국 정부는 22일 "미군 특수부대원 수십 명이 시리아에 곧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미국의 시리아 내 IS 공습 작전이 시작한 이후, 첫 미군 파병이다. 미 특수부대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현지 반군 지원 활동만 한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파리 연쇄 테러'로 IS와의 전쟁을 선언한 올랑드는 23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조찬 회동을 하고, 89명이 숨진 '바타클랑 극장' 테러 현장도 나란히 찾았다. 24일엔 미국 워싱턴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 25일엔 파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26일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숨 가쁜 일정이다. 이번 연쇄 회담의 관심은 지상군 파병과 서방·러시아 간 연합군 구성 여부에 모이고 있다.

무장 군인 깔린 브뤼셀 - 파리 테러 이후 보안이 강화된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22일(현지 시각) 무장한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벨기에는 수도 브뤼셀에 가장 높은 수준(4등급)의 테러 등급을 발령해 지하철·전철 운행을 중단시키고 상점과 공공건물을 폐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지상군 파병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전히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올랑드는 미국이 IS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공습 이외에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도 IS와 관련해 '격퇴(defeat)'라는 표현에서 '파괴(destroy)'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요국 간 연합군을 구성하는 것도 올랑드가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미국 주도의 서방과 러시아는 암묵적으로 구역을 나누어 IS를 공습 중이다. 하지만 양측 간 실질적인 정보 교환 등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연합군 구성을 위해서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異見)부터 조정해야 한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통해 IS뿐만 아니라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온 알아사드 정권도 몰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IS 격퇴에 집중하자는 명분을 내세우며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헤이스부르그 소장은 "여러 국가가 모일 수는 있지만, 이들이 어느 정도 실질적인 연합군으로서 기능을 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 교체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기사에 길이 기록된 군사적 삽질의 주인공 '샤를르 드골' 스토리]

[말리 호텔 테러 현장의 프랑스 특수부대원들]

[파리 테러범 진압작전에 최신무기로 무장한 프랑스 외인부대]

하지만 서방과 러시아의 동맹 가능성도 남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이 시리아를 더 이상 장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고, 서방으로선 IS 격퇴 작전을 빨리 끝내야 한다"며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이 조금씩 변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서방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이라크 내 IS 공습에만 참여해 왔지만, 이를 시리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캐머런은 23일 "시리아 내 IS 공습에 관한 포괄적 전략 방안을 이번 주중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성탄절 이전에 시리아 공습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중해 동부 시리아 인근 해역에 파견된 프랑스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는 23일부터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다. 유럽 최대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호에는 라팔 최신 전투기 26대 등을 싣고 있다. 미국도 핵 항모 해리 트루먼 전단을 지중해로 보내 프랑스와 합동 작전에 나설 예정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해협을 오가는 카페리 여객선들과 런던 국회의사당(웨스트민스터 궁전)이 IS 테러의 목표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브뤼셀은 23일에도 지하철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대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벨기에 경찰은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쳐 총 21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다. 하지만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인 살라 압데살람(26)을 체포하는 데는 실패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