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해 온 한·중·일과 아세안(ASEAN) 등 16개국 정상은 22일(현지 시각) '2016년까지 RCEP 협상을 타결해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EAS(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RCEP 협상국 정상들은 이날 따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는 '2015년 말 타결'을 목표로 2012년 11월 협상이 시작됐지만 아직 합의를 못 이뤘다. 지난 10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미국 주도로 타결되면서 중국이 RCEP에 '가속 페달'을 밟는 상황이다.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미·중·일·인도를 포함해 18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전략 포럼이다. 이번 EAS에서의 핵심 이슈는 '남중국해 문제'였다. 미·일이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비판했고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제3자 개입 반대'로 맞섰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다수의 정상들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도 "한국은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함'을 강조해 왔다"며 "당사국들은 '남중국해 행동선언'의 문언과 정신, 그리고 비군사화 공약들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남중국해 행동선언'은 2002년 중국과 아세안이 만든 것으로 '무력 불사용' 등을 천명했다. 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에 대해 어느 쪽으로든 현 상태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언급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핵(北核)과 관련해 "EAS 회원국들이 한목소리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EAS 참가국들은 이날 호주, 말레이시아, 한국의 공동 제안으로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을 채택하고 "극악무도하고 반(反)인륜적인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확고히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를 "우리 정상들의 단합된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성명)"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ASEAN 공동체 출범 서명식을 참관하기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EAS에선 반 총장이 맨 먼저 발언하고 바로 나갔기 때문에 두 분이 별도로 대화할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23일 새벽 귀국한다.